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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재미삼아 치는 고스톱…오락과 도박 경계 '한끗 차'

설 재미삼아 치는 고스톱…오락과 도박 경계 '한끗 차'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이는 설 명절에 심심풀이로 즐기는 '고스톱'은 어떤 경우엔 오락, 어떤 경우엔 도박이 될까.

형법상 도박 혐의로 적발되면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습범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벌이 높아집니다.

다행히 일시적인 오락으로 인정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데, 오락과 도박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현행법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정도, 도박 경위, 이익금의 용도 등을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같은 액수의 판돈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도박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7월, 강원도에 사는 70대 남성 A 씨는 마을회관에서 동네 사람들과 점당 백 원에 고스톱을 쳤다가 도박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판돈은 불과 2만 6천 8백 원에 불과했지만, 수사기관은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춘천지법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공개된 장소이고 판돈을 고려할 때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스톱을 친 것까지 도박으로 볼 수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반면 대전에 사는 B 씨는 같은 점당 백 원짜리 고스톱이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쳐서 처벌을 받았습니다.

B 씨는 지난 2015년, 서로 안면이 없는 사람 7명을 집으로 불러들여 고스톱을 쳤는데, 판돈은 15만 원 정도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B 씨에 대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던 만큼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것으로 보이지 않고, 5시간 30분간 장시간 고스톱을 한 점을 고려할 때 도박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렇다고 안면의 유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지난 2007년 인천에서는 지인들과 2만 원대 판돈의 고스톱을 친 50대 여성 C 씨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C 씨는 이웃집 안방에서 지인 2명과 1시간 20분가량 점당 백 원짜리 고스톱을 쳤습니다.

이들 사이에 오간 전체 판돈은 2만 8천 7백 원이었습니다.

C 씨는 친목을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천지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피고인의 경제사정에 비춰 판돈이 결코 적은 액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처벌은 하지 않고 2년 후 면소해 없던 일로 해주는 겁니다.

지인 사이라도 참여자의 직업과 수입에 따라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판결의 취집니다.

경찰 역시 법원 판례를 기초로 형사 처벌 대상 여부를 따지고 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판돈과 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수입 정도, 그리고 함께 도박한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두루 따져 도박과 오락의 경계를 만들어간다"며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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