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때 마땅한 번호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골랐던 등번호가 어느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수원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40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노장 수비수의 강한 의지는 등번호에 투영됐다.
지난해 FA컵 챔피언 수원 삼성이 2017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26일 공개하면서 등번호에 특별한 사연이 담긴 선수들의 뒷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4년 연속 수원의 '캡틴'을 맡은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올해에도 26번을 선택했다.
염기훈의 등번호 26번은 2010년 입단 때부터 8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0년은 수원이 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해 '레알 수원'으로 불리던 시절이라 남는 번호가 별로 없어서 염기훈은 어쩔 수 없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뒷번호인 26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6번을 달고 좋은 활약을 펼친 염기훈을 위해 수원은 그가 2012~2013년 경찰청에서 뛸 때도 26번을 비워놓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염기훈은 2014년 수원에 복귀한 이후 줄곧 26번을 고수했고, 4년째 '캡틴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친정팀 수원으로 복귀한 백전노장 수비수 이정수는 2017시즌을 맞아 40번을 유지했다.
40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지가 담긴 등번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명 '헤발슛(헤딩과 발을 함께 사용한 슛)'으로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을 얻은 이정수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수원을 떠났다가 중동에서 활약한 뒤 지난해 복귀해 '40세까지 현역'의 꿈을 위해 등번호 40번을 선택했다.
수원의 FA컵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브라질 골잡이 조나탄은 '수원 호날두'라는 별명답게 등번호 7번을 확보했다.
조나탄은 지난해 수원 유니폼을 입으면서 7번을 달고 싶었지만 이상호가 이미 선점했던 번호여서 포기했다.
그의 두 번째 복안은 77번이었지만 이마저도 장호익이 가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70번을 달고 뛰었다.
이런 가운데 이상호가 FC서울로 이적하자 조나탄은 그토록 원하던 7번을 유니폼에 새길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올해 수원의 '1번 골키퍼'로 영입된 신화용은 등번호 1번을 달았고, 권창훈의 유럽 이적으로 생긴 22번의 공백은 K리그 2년 차 미드필더 고승범에게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