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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포켓몬고,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을 위한 볼모였나

[취재파일] 포켓몬고,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을 위한 볼모였나
작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휴가지는 속초였다. 검색어 순위에서도 속초가 1위에 오를 정도였다. 속초 시장까지 나서 '전략·지원사령부'를 만들었다.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를 위한 조직이었다. 작년 7월 출시된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 속초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없는 나라였지만, 속초에서만은 게임이 가능해 사람들이 휴가철을 맞아 속초로 몰려들었다.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인데, 구글은 우리나라의 지도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없다. 이것이 포켓몬고에 빠져든 게임 유저들의 불만이었고, 언론들도 이런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구글이 포켓몬고 게임 출시 한 달 전인 작년 6월 우리 정부에 1:5000의 고축적 지도 정보 해외 반출을 신청한 것과 맞물려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누구나 초정밀 위성 사진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데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지도정보 해외 반출을 불허한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난까지 일었다. 구글에게 지도 정보 반출을 허용해 국내에서도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2010년 최초 국내 지도 정보 해외 반출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했던 구글은 지난해 두 번째 신청에서 포켓몬고라는 뜻밖의 우군을 등에 업었다. 

당시 논란이 됐을 때, 구글이나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이 한국의 지도 정보가 없어서 포켓몬고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축적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 없이도 포켓몬고를 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여론을 잠재우지도 않았다.
정부, 구글의 해외지도 반출 불허
● 구글은 왜 국내 지도 정보 반출에 집착하나

결국 작년 11월 18일 정부는 구글의 해외 지도 반출을 불허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가기밀 안보 시설에 대한 위치 정보를 해외에 반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국내 업체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국가 기밀 시설을 가리고 지도 서비스를 하는 것과 같이 구글도 위성사진에 이같은 보완을 한다면 허용하겠다는 수정안까지 제시했지만, 구글은 거부했다. 지도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를 국내에 두는 방안도 구글은 거부했다. 위성사진에 수정을 가하는 것은 구글의 정보 공개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두지 않겠다는 건 투자나 세금 회피 목적이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고축적 지도 정보 서비스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게는 무척 중요한 수익 사업이다. 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했듯이 내비게이션 사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서비스와 함께 수익과 직결되는 각종 검색 광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 지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수익 사업에서 국내 업체에 열세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구글이 굳이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두지 않으면서 고축적 지도 정보를 반출하려는 것은 '투자도 싫다, 세금도 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수익은 내고 싶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거저 먹겠다는 것이다.
광화문 포켓몬고
● 포켓몬고는 구글의 고축적 지도 정보 없이도 서비스가 가능했다

국내 지도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구글에게 국내의 포켓몬고 열풍은 커다란 기회였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구글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독립한 작은 회사였다. 포켓몬고가 국내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불만이 폭발했음에도 나이앤틱은 어떤 입장 발표도 없었다. 정부의 구글의 지도 반출 불허 결정이 나기 6일 전에서야 나이앤틱은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켓몬고는 구글의 지도 정보와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나이앤틱 입장에선 하루빨리 한국에서 포켓몬고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구글 눈치를 보느라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나이앤틱은 포켓몬고 출시 반년 만인 지난 2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논란이 일었다. 구글의 지도 정보가 없는데도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나이앤틱 데니스 황 이사는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중에서 수집할 수 있는 지도 정보를 모아 서비스를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히 어떤 정보를 활용하는 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분히 구글을 의식한 발표로 보인다.

또 포켓몬고 게임 특성상 비수기일 수밖에 없는 추운 겨울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의문이었다. 국내에서 포켓몬고의 열기가 식어가는 게 초조했을까.

어차피 나이앤틱은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없이도 포켓몬고의 국내 서비스가 가능했다. △자사의 다른 게임인 인그레스와 같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크라우드 방식의 오픈소스 지도를 이용하거나 △1:25000의 저축적 지도를 이용하거나 △국내에 서버를 두고 원하는 대로 국내 지도 정보를 이용하거나. 이번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는 첫 번째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가 늦어진 것에 대해 나이엔틱은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어 서비스가 없었던 작년 속초에서의 열풍을 봤을 때 굳이 한국어 서비스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구글(사진=게티이미지)
● 세계 4위의 글로벌 IT기업 구글의 민낯

구글은 작년 포브스 선정 글로벌 기업 순위 27위의 거대 기업이다. 통신업체를 제외한 순수 IT기업으로만 따지면, 애플과 삼성전자, MS에 이어 전 세계 4위 업체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매출액을 알 수 없는 건 구글 코리아가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이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순이익 중 일부만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은 얼마 없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구글 본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고, 국내에 데이터센터같은 사업장도 없기 때문에 법인세 부과 대상도 아니다. 심지어 한국 기업이 구글에 검색 광고를 집행할 경우 법적 계약 상대는 '구글 코리아'가 아니라 '구글 아일랜드'로 알려졌다(더불어민주당 정책 이슈 리포트).

최저의 투자를 통한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건 분명하지만, 한국에서의 이런 꼼수 사업은 거대 글로벌 기업 '구글'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구글세 논란을 봤을 때 구글은 이미 기업의 이미지는 포기한 돈 잘 버는 기업일 뿐일지도 모른다.

작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을 지켜보면서, 창업자가 한국을 방문해 이세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버는 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돈 잘 버는 기업과 존경받는 기업도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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