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시민'(감독 김병준)은 발견의 미학이 있는 작품이다. 한성천, 황보라, 김상균 등 개성과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황보라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의외의 수확이 있다. 개성 있는 외모와 명량쾌활한 이미지로만 각인된 배우라고 생각했다면 이 영화는 반전의 쾌감을 안길 것이다.
'끝까지 간다', '터널'를 만든 김성훈 감독은 이 영화를 본 뒤 "황보라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평하며 황보라의 변신과 변화에 주목했다.
'소시민'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우리 시대 소시민의 초상 구재필(한성천)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황보라는 사회부 기자 출신 주부 '구재숙'으로 분해 하나뿐인 오빠 구재필(한성천)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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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라는 이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캐스팅부터 촬영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강행군이었다.
"김병준 감독님의 전작 '개똥이'를 인상 깊게 봤어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구재숙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혼자 KTX를 타고 부산에 위치한 영화사에 찾아갔어요. 오디션을 봤고 제 열정을 보여드렸어요"
'소시민'은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당시 황보라는 서울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기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영화 촬영에 임했다.
"기존에 맡아보지 못했던 캐릭터, 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연기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기적으로는 제일 쉬웠던 것 같아요. 캐릭터를 위해 어떤 설정을 하는 것도 없고 일상적인 연기, 기본적인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면 됐으니까요. 그동안 독특한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 연기에 조미료를 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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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라는 "모든 배우가 다 큰 작품으로만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정우 오빠도 제작비 5천만 원으로 찍은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족구왕'도 제작비 1억으로 만들어져 아주 좋은 성과를 거뒀잖아요. '소시민'도 제작비가 적을 뿐이지 작은 영화는 아니에요. 그래서 저도 목숨 걸고 열심히 했고, 후회는 없어요"
인터뷰 내내 초심을 이야기하던 황보라는 실제 자신의 연기관과 행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이야기해줬다.
"예전에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강박감이 컸어요. 데뷔 초부터 개성 있는 캐릭터만 맡다 보니 이미지가 고착화돼있다는 부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연기한다는 그 자체가 좋아요.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역할의 비중이나 경중도 상관없어요. 후배 (고)아성이랑 절친인데, 최근에 '더 킹'에 짧게 출연했어요. 너무 잘했다면서요? 제가 다 뿌듯한거 있죠."
황보라는 "제 가치를 애써 부풀릴 생각이 없어요. 다만 열심히 하다 보면 대중들이 알아주고 인정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있어요. 요즘은 출연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오디션 정보부터 뒤져요. 두 손 놓고 있는게 아니라 제 역할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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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연예기획사를 통해 데뷔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SBS 공채탤런트로 시작해 단역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6개월간 탄현드라마센터로 출퇴근하면서 SBS 드라마의 단역부터 시작했어요. 첫 작품이 '인간 시장'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요. 그때 함께 출연했던 김상경 선배를 최근 '일급기밀' 촬영 때 만났는데 "네가 언제 이렇게 컸지? 그땐 어린 애였는데..."하면서 반갑게 환영해주시더라고요. 연기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선,후배가 늘어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네요"
황보라는 사람과 인연을 중요시 하는 배우다. 성경 모임을 통해 만난 배우, 가수, 화가 등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며 삶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그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작은 일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기거든요. 저 역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 매번 생각해요. 연기도 치열하게 그러나 즐기면서 하려고요"
<사진= 김현철 기자>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