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강 한파가 서울을 덮친 23일 아침 직장인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중무장'하고서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이달 20일 폭설로 쌓인 눈은 영하 12도의 냉동고 같은 공기에 더욱 단단히 도로에 얼어붙었다.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자니 미끄러질 것 같고, 미끄러질까 봐 손을 빼자니 칼바람에 손가락이 아려오는 아침이었다.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평소 목만 가리던 용도였던 목도리로는 코까지 칭칭 감았지만, 습기 하나 없는 칼바람이 뚫고 들어와 볼은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추위에 연신 발을 동동 굴렀다.
핫팩을 손에 쥔 채 '호오' 입김을 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안양에서 집을 나선 직장인 강모(31·여)씨는 "얼굴이 얼얼하다는 말이 실감난다"면서 "주머니 손난로를 챙기고 등에도 핫팩을 붙였는데 몇 개 더 챙겼어야 하나 싶다"고 후회했다.
서울 강남구로 출근한 정모(28·여)씨는 "최대한 두꺼운 옷과 부츠를 어제저녁부터 준비해두고 히트텍까지 꺼내 입었지만 추워 죽을 것 같다"면서 "몸은 뻣뻣하게 굳었는데 바닥은 미끄러우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사원 정모(30)씨는 "아직 젊고 내복을 입으면 움직일 때 둔해지는 느낌이 들어 평소에 내복을 입지 않지만, 오늘은 입었다"며 "아침에 일어났는데 도저히 바지 한 겹만 입고 출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월요일이지만 기습 한파와 칼바람에 놀라 서둘러 자가용을 끌고 나온 사람이 많았다.
도봉구에서 종로까지 출근하는 회사원 이모(44)씨는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다음 회사까지 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30분 정도 서둘러서 차를 타고 나왔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종로로 출근하는 김모(29)씨는 "월요일에는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원칙을 깨고 차를 끌고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지각할지언정 강추위를 피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차 유리창에 낀 성에를 제거하느라 손이 얼었다"면서 "빙판길 걱정에 지하철을 이용할까 했지만 바람이 세 자가용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지방으로 출장가는 사람들은 한파가 특히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대구로 출장간다는 김모(54)씨는 "춥다고 해 내복을 꺼내 입었다"며 "출근길이 힘든데 나처럼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추위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이 울산이라는 임모(39)씨는 "올 겨울은 예년보다 덜 춥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는 한파로 오늘 아침은 많이 힘들다"며 "지방에 있는 회사가 더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두꺼운 옷이 없는 노숙자들은 역사 앞 흡연실에 쭈그리고 앉아 온몸을 떨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