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검찰 간부 성추행 의혹…'포옹은 했지만...'

[취재파일] 검찰 간부 성추행 의혹…'포옹은 했지만...'
SBS는 어제 수도권 한 검찰청 고위 간부의 후배 여검사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 해당기사 바로 보기) 검찰 간부가 올해 신년회식 자리에서 여검사 여러 명을 껴안고 쓰다듬는 등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해당 검찰청은 출입 기자들이에 아래와 같은 공식 입장, 소위 '풀(pool) 문자'를 돌렸습니다.

"금일 보도는 1월 초 연말 미제 사건을 정리하느라 고생한 형사부 검사들을 격려하는 회식 자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당일 현장에서는 물론, 이후 금일 보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청 및 상급 청에 이와 관련하여 문제나 이의를 제기한 사례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확인결과, 당일 회식에는 9명의 남녀 검사가 참석하였는데, 참석자 모두 여검사들이 불쾌하다고 느낄만한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고 합니다."


문자 내용을 보면 아무 일 없었다는 것 같습니다만, 이 문자의 내용과 보내기까지 과정,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고 한다’는 문자 내용의 이면을 보다 잘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찰 조직의 ‘생리’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검찰 간부 후배 여검사 성추행 의혹
● "포옹은 했지만, 부적절하지는 않았다"

저희가 사실 관계를 상당 부분 확인하고,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가 소속된 검찰청에 대한 입장 확인에 들어간 건 그제 저녁이었습니다. 그제야 해당 검찰청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자체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검찰 간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사 결과, 포옹 등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확인된다"면서도, "부적절하다고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고, 여검사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없는데 기사를 써야겠냐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재작년 6월, E 부장검사는 부서 회식을 마친 뒤 후배 여검사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작별 포옹을 해 감찰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감찰위원회는 “ E 부장검사의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검찰총장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번 검찰 간부의 행위도 E 부장검사의 경우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자체 조사를 진행한 해당 검찰청의 공식 입장은 “불쾌하다고 느낄만한 부적절한 행동을 없었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공식 입장에는 ‘포옹을 했다’는 부분은 빠져있지만 말이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소속 기관 간부 성추행 의혹…참석자 '전수 조사'

물론,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한 평소 평가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평가가 없더라도 사람들마다 감수성이 다르니 성별이 다른 직장 상사의 포옹을 대수롭게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과 관련된 사회의 감수성에 예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법을 다루는 사람이 행위에 대한 평가를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평가로 의인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인권의 보루라는 검사들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해당 검찰청이 조사한 방법을 살펴보면, “불쾌하다고 느낄 만한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고 한다”는 전언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해당 검찰청은 참석자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기 때문이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겁니다.

한 검사는 검찰 내 성관련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로 검찰 내부 문화를 지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제가 커지면 문제를 일으킨 검사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사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까지 불이익을 받는 탓에 그냥 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찍한다는 겁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속에서 이뤄진 전수조사,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면 찍힐 수도 있는 검찰 문화.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더라도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을까요.
검찰 간부 후배 여검사 성추행 의혹
● 군사 작전하듯 이어진 연락 그리고

이런 의심을 할 수 있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공보관이자 내부 조사를 총괄한 검찰청 간부는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당시에 참석했던 여검사들이 전화해 당시 분위기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사실상 여검사들이 전화를 할 거라는 예고였죠. 검찰의 입장 전달 등 언론 대응은 '공보관'을 통해서만 해왔던 기존 검찰의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보관께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고, 이미 조사를 받은 당사자가 연락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진심이라고 제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를 했지만, 회식자리에 참석한 여검사들의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A 검사는 감찰 조사를 진행한 간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락이 왔고, B 검사와 C 검사는 A 검사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군사 작전하듯 체계적으로 순서를 정해 연락을 해 온 겁니다. 자신은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다거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는 좋은 사람이라는 등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기사를 작성하고 있던 상황이라 통화를 길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공보관이자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검찰 간부에게 "여검사 분들 연락이 계속 와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연락은 뚝 끊겼습니다. 그리고 뉴스가 나가고 나서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해당 간부를 적극 두둔하고, 회식 참석 당사자로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야겠다던 연락을 해 온 여검사들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공보관에게 연락한 이후에도, 뉴스가 나간 이후에도 연락을 해 왔다면 그들의 진정성을 덜 의심했을 겁니다.

● 잇따르는 검찰 간부의 성 관련 추문…검찰 간부에 관대한 검찰 내부 문화

동석했던 여검사들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수도권의 한 검찰청 간부가 후배 여검사를 포옹했다는 건 검찰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간부의 자기관리’를 강조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발생한 일이죠. 일각에서는 국민의 관심이 최순실 게이트에 쏠린 사이 검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잇따르고 있는 더 큰 원인은 검사들 특히, 간부에게 관대한 검찰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마부작침] 검찰 성 관련 문제 처리 현황
앞서 소개한 E 부장검사 사례의 경우, 검찰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징계가 아닌 ‘총장경고’로 상황을 종료시켰습니다.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가 아니라 검찰총장이 조심하라고 꾸짖었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후배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부장검사에 대해선 별다른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차장검사에 대해선 1년 10개월 동안 사건을 끌다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죠. 최근 5년 간 외부로 알려진 검사의 성 관련 문제 9건의 절반 이상은 검찰 간부에 의한 것이었는데, 대부분 흐지부지 덮이거나 징계 없는 사표 수리로 종결됐습니다.

이런 경향은 소위 잘나가는 검사거나 고위직일수록 더 심하다는 이야도 있습니다. 이번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검찰 간부는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고, ‘우병우 특별수사팀’에도 참여하는 등 검찰 내부에서 소위 엘리트 검사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앞으로 검찰이 해당 간부를 어떻게 처리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