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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헌재가 채택 안한 '스모킹 건'…탄핵심판 시계는 빨라진다

[리포트+] 헌재가 채택 안한 '스모킹 건'…탄핵심판 시계는 빨라진다
'스모킹 건'. 결정적 증거를 의미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 건'은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스모킹 건'으로 여겨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7일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을 열고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자료 900여 개 서류증거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헌재가 '스모킹 건'이라고 불렸던 증거들 가운데 '일부'만 채택하고 '일부'는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일부는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헌재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여기엔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짚어봤습니다.
■ 선택하지 않은 '태블릿 PC'
■ 선택하지 않은 '태블릿 PC'

최 씨의 태블릿PC에는 정부 문건은 물론 대통령 순방 일정,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 자료, '통일 대박'의 표현이 담긴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태블릿PC의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회사로 확인됐습니다. 마레이컴퍼니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선임행정관이 대표이사를 지낸 회사입니다.

특별검사 이전부터 검찰에서는 이 태블릿PC를 김 행정관이 최 씨에게 건넨 생일선물로 잠정 결론 낸 바 있습니다.

김 행정관 측이 개통한 태블릿PC로 최 씨가 청와대 관련 문건들을 받아온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태블릿 PC의 존재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공개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일부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대국민사과에 나섭니다. 태블릿PC가 최순실 게이트의 '스모킹 건' 즉 결정적 증거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 태블릿PC 자체는 헌재에 증거로 신청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회 측이 검찰 수사내용을 헌재에 증거로 신청하면서 태블릿PC와 관련한 박 대통령 측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진 겁니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를 문제 삼으며 증거능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헌재는 17일, 검찰 수사내용에 있는 '태블릿PC 내용 목록에 대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해당) 태블릿PC에 안에 무엇무엇이 있다는 검찰 수사내용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 측에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수사보고서 첨부서류의 경우, 등기부등본 같이 일상적인 공무활동에서 만들어진 공문서에 한해 채택하겠다는 겁니다.

태블릿PC에 관한 수사내용은 이 범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채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헌재의 이런 선택으로 태블릿PC의 증거능력 공방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입니다.
■ 선택하지 않은 최순실 신문조서
■ 선택하지 않은 최순실 신문조서

헌재는 또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신문조서도 일부에 대해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 측이 인정한 부분만 증거로 채택하기로 한 겁니다.

변호인도 입회했던 검찰의 신문에서 작성된 조서였지만, 박 대통령 측에서는 이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 씨가 검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진술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최 씨는 지난 16일 헌재에서 "(검사들이) 수사가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안 돌아가면 협박하고 강압조사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선택하지 않은 안종범 수첩
■ 선택하지 않은 안종범 수첩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놓치지 않고 챙기기 위해 수첩을 사용했습니다.

수첩에는 최소 2년 치 분량의 메모와 총 20여 건의 증거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첩에는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의 면담 시간과 발언, 미르·K스포츠재단 임원진과 모금액수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이것을 '사초'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때문에 아주 강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수첩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강일원 재판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원칙적으로 증거 채택을 하지 않고 본인이 피의자 신문조서나 신문 과정에서 확인한 부분에 한해 증거로 채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18일) 박 대통령 측에서는 이 조서에 대한 증거채택 결정까지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이의신청서까지 제출했습니다.

헌재는 재판관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도 수첩 자체는 증거 채택된 것이 없다고 수첩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했습니다.
■ '논란'은 선택하지 않는다…시계는 빨라진다
■ '논란'은 선택하지 않는다…시계는 빨라진다

이렇게 헌재가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부분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바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빼고 간다'는 헌재의 의지입니다. 추후 증거능력에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막겠다는 거죠.

이렇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헌재의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의 시계가 빨라졌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 뒷받침하는 헌재의 모습도 있습니다. 바로 교묘하게 헌재 출석을 피하고 있는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입니다.

혹시라도 일부가 출석을 피하며 헌재의 판핵심판을 늦추려고 했다면, 헌재의 이런 조치로 소용이 없게 되어 버린 겁니다.

적법성을 유지하며 논란까지 사전 차단하고 있는 헌재. 헌재가 탄핵 심판 결론을 예상보다 빨리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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