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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마틴 루서 킹 목사 교회에 모인 추모객, 트럼프 당선인 성토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가 현지 시간 16일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킹 목사의 교회인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에베니저 침례교회에선 2천 명 이상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나흘 후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기념행사가 진행됐다고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이 전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흑인 민권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인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 간의 설전을 바라보는 흑인 사회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루이스 의원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을 거론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루이스 의원은 늘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며 비판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된 킹 목사 기념행사에서 킹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은 미국민들에게 "백악관의 주인이 누구든지 간에 상관없이 사랑과 정의를 향해 계속 싸워나가자"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겨냥한 비판은 삼갔지만, 아버지가 생전에 줄곧 강조한 '혼돈이냐 공동체냐'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미국이 여전히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시대는 왔다가 간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버지가 말한 '사랑받는 공동체'를 만들 길을 찾아야 한다"며 인종 간의 화합이 절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AP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표를 10%도 얻지 못했으며 흑인 공동체와의 유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라파엘 워녹 애베니저 교회 담임 목사도 설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루이스 의원을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미국 역사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루이스 의원은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으로 유혈 사태로 번진 1965년 앨라배마 주 셀마 평화 행진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입니다.

루이스 의원은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행사에서 흑인 학생을 향해 옳지 않거나 정당하지 못한 것을 보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무언가 말하고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을 언급하지 않은 대신 "소중하고 신성한 투표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비폭력 무기"라면서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의사 표출과 정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에베니저 교회에서 "킹 목사는 인종평등의 옹호자이면서 경제 정의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면서 "흑인의 민권뿐만 아니라 빈자의 경제 평등을 위해서 헌신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오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한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는 기자들에게 "대화는 건설적이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이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킹 3세는 아버지의 주된 관심사인 빈곤 문제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조했다면서 앞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는지를 계속 평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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