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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없는 '마른겨울'…폭설 만반대비 지자체 "가뭄 걱정할 판"

청주시는 눈에 민감한 도시다.

눈이 조금이라도 내린다 싶으면 대대적인 제설 시스템이 가동된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눈이 쌓인 것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상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눈 대신 비가 내렸고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싶을 때는 맑은 날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다른 도시가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우수한 청주시의 제설 실력도 이번 겨울에는 뽐낼 기회가 없다.

폭설에 대비해 제설제와 장비를 충분히 확보했지만,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창고를 지키고 있다.

청주시가 '제설의 도시'로 유명해진 것은 민선 4기 때부터다.

남상우 당시 시장은 어지간한 눈만 와도 때를 가리지 않고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이런 관행이 아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겨울에도 청주시는 일찌감치 제설대책을 세웠다.

작년 12월부터 오는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재난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894㎞에 달하는 도로 제설 방안도 세웠다.

적설량이 5㎝ 이상이면 자동으로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한다.

시는 덤프트럭과 굴삭기, 살포기 등 121대의 제설장비 가동 준비를 마쳤고 염화칼슘 1천447t, 소금 7천607t 등 제설자재도 전년도와 비슷하게 확보했다.

작년 11월에는 폭설에 대비, 4개 구청별로 제설장비 가동 훈련을 한 데 이어 도로 곳곳에 제설함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도 가져다 놨다.

그러나 청주시의 제설작업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공무원 동원령이 내려진 적도 없다.

이번 겨울 들어 청주에 눈이 내린 날은 3일밖에 안 된다.

적설량도 극히 적다.

작년 12월 29일 0.4㎝의 눈이 쌓였고 이달 들어 12일 0.4㎝, 13일 0.6㎝ 내린 게 전부이다.

모두 더해도 1.4㎝밖에 안 된다.

눈이 내렸다고 해도 차량이 많이 운행하는 주요 도로에는 아예 쌓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청주시가 사용한 소금과 염화칼슘은 각 411t, 48t이다.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내려가면서 작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7차례 작업에 나섰지만, 교량, 고갯길, 교통사고 다발지역 등 취약 도로의 결빙을 막으려 뿌린 것이지 제설용이 아니다.

이번 겨울 소금·염화칼슘 사용량은 눈이 제법 내렸던 지난 겨울 1회 사용량 정도에 불과하다.

누적 적설량이 32.4㎝나 됐던 2015년 11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주시가 쓴 소금은 6천880t, 염화칼슘은 1천139t이다.

제설작업이 22회 이뤄졌으니 1회 평균 사용량은 각 313t, 52t에 달한다.

부서별로 마련한 제설용 삽과 빗자루는 빛도 못 본 채 창고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처럼 마른 겨울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며 "제설제와 장비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수년간 갈고 닦은 제설 실력을 보여 주려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오히려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뭄을 걱정해야 한 판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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