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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파에 갇힌 발칸 난민들 생존 위협 직면

발칸 반도에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는 난민들이 최근 닥친 유럽의 한파 때문에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독일 DPA통신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는 수용시설이 포화 상태가 돼 노숙하거나 이곳저곳을 떠도는 난민 수가 2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최근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변변한 옷가지도 없이 겨울을 나고 있다.

18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인 아시프는 "사흘 동안 정말 추웠다. 다들 모여 쪼그리고 앉아서 모닥불을 쬐며 떨어야 했다. 밤에는 두 시간 정도 깜빡 졸았는데 나머지 시간에는 계속 떨고 앉아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수용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난민들은 큰 열차역 주변의 버려진 창고에서 머물고 있다.

세르비아 당국은 열차역 창고에서 겨울을 나는 난민 수를 1천∼1천200여 명으로 잡고 있고 국경 없는 의사회 등 구호단체들은 2천 명 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세르비아 사무소에 따르면 베오그라드 난민 캠프의 수용 규모는 6천여 명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열차역 창고 중 가장 큰 곳에 십여 개의 난로를 보급하고 창문과 바람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테이프로 막는 등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난로를 피우면 실내 온도가 0도까지는 올라오지만 일부는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 화재 위험도 있는 데다 위생 시설이 없어 열차역 주변은 각종 오물로 덮여 있다.

이들은 헝가리를 거쳐 유럽의 다른 나라로 가고 싶어 하지만 헝가리가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사실상 발이 묶여 있다.

불가리에서는 지난주부터 몰아닥친 추위로 소말리아 출신 여성과 두 명의 이라크인 등 난민 3명이 동사했다.

1m 가량 폭설이 쏟아진 곳도 있는 그리스에서는 한파 속에서 난민들이 텐트로 겨울을 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그리스 정부가 레스보스 섬 등 난민 캠프의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베오그라드에 갇힌 아프가니스탄 출신 카십 한은 "여기는 정말 끔찍한 곳이다. 사람들이 아프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한파로 9일까지 유럽 전역에서는 3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터키에도 많은 눈이 내려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여행객 수천 명이 발이 묶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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