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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군의 갑질?…고속단정 만들어 놓고도 제때 납품 못 한 이유는? ②

[취재파일] 해군의 갑질?…고속단정 만들어 놓고도 제때 납품 못 한 이유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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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화인의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군 특수전용 고속단정을 만들어 놓고 납품 거부를 당한 것도 모자라 납품 기일을 12개월이나 어겨 지체 보상금 13억여 원을 물어야 할 판입니다.

그러나 업체 측은 “납품 기일이 지체된 데는 고속단정의 국방 규격 즉 설계도면을 늦게 제공 받았고 제공 받은 도면도 부실 투성이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화인 측 "납기 지연은 설계도면 늦게 제공, 부실 투성이였다"고 주장
납품 지체 사유 서류
화인 측에 따르면 기술자료 즉 국방규격과 기술도면을 처음으로 입수한 것은 계약일인 2015년 6월 29일로부터 거의 한 달이 지난 7월 21일입니다.

그러나 일부만 받았을 뿐입니다. 화인 측이 그 뒤 6차례에 걸쳐 최종적으로 도면을 완전히 입수한 것은 11월 24일로 납품일인 12월 10일을 불과 보름 정도 남겨 놓은 시점입니다. 계약 후 149일이 소요된 셈입니다.

화인 측은 “계약 후 수차례 기술 자료 요청을 하였지만 제때 받지를 못해 제작 지연 등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규격 개정 발생 서류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에서 입수한 도면을 검토해 본 결과 “제공 받은 도면으로는 특수전용 고속단정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부실했다”고 화인 측은 밝혔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5년 10월 29일부터 지속적으로 형상 통제(즉 규격 개정) 안건을 발의했지만 해군에서 협조 동의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제작에 큰 차질을 빚었다는 겁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지난해 8월 30일 78건의 형상 통제 변경을 거쳐 고속단정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초 안건 발의일로부터 10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 해군, 방사청 측 “한 차례 늦었지만 정상적 제공했다”고 주장

이에 대해 해군과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최초 기술 도면을 제공할 당시 22일 가량 늦게 제공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요청할 때마다 곧 바로 제공됐다”고 밝혔습니다.
특수전용 고속단정
또 “업체에서 도면을 제때 요구하지 않아 오히려 먼저 이런 도면이 필요하지 않냐” 며 “도면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업체에서 요청하지 않는 도면까지 주는 것은 아니고 자체적으로 필요한 도면을 파악해 요청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는 겁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기술도면의 부실 여부에 대해서도 “고속단정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것은 없었다”며 “사소한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해군의 주무 관계자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 국방 규격은 가이드라인일 뿐 지금까지 국방규격 대로 제작된 고속단정은 없다.계약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 해군, 업체에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3억여 원 부과
지체상금 부과 서류
지난달 20일 해군은 화인 측에 지체상금을 명시한 공문을 보내 왔습니다. 계약 납품 기일을 375일 늦게 납품한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지체상금 13억여 원을 통보한 겁니다. 특수전용 고속단정 3대의 계약 금액 23억여 원의 56%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줘야 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억울하면 법적 소송을 통해 감면 받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인 셈입니다.

화인 측은 “해군은 기술교범을 심의하면서 사소한 철자를 수정토록 하는 것도 두 달 씩이나 시간을 끄는 등 늑장 심의를 해왔고 방사청은 해군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업체 측 ‘지난해 특수전용 고속단정 입찰 기회마저 봉쇄당해’ 3중고로 고통

화인 측의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특수전용 고속단정의 입찰 기회마저 봉쇄당한 겁니다.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제한 경쟁 입찰로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의 입찰 조건은 ‘재질 FRP 선박 최대 40노트 이상 건조능력’만 있으면 입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최근 5년 이내에 선체 길이 14M 이상, 최대 속력 40노트 이상의 FRP 선박을 건조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한 겁니다. 선체 길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납품 실적 업체로 한정한 겁니다. 이에 따라 화인은 특수전용 고속단정을 만들어 놓고도 납품을 하지 못해 아예 입찰을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 조달청…"해군에서 자격 제한 요청해 왔다"

특수전용 고속단정의 입찰을 담당한 기관은 조달청입니다, 조달청 관계자에게 왜 입찰 자격이 변경됐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해군 군수사에서 실적하고 자격 제한을 요청해 와 이에 따라 입찰 공고가 나갔다”고 밝혔습니다. 화인 측은 조달청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조달청은 해군에 의견 조회를 했지만 “불가 통보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군의 이해 못할 처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달청에서 입찰을 하기 전에 먼저 방위사업청에서 입찰을 실시했습니다. 그 당시는 제한 경쟁 입찰 조건을 두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화인이 1등으로 낙찰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인정하지 않고 제한 경쟁 입찰로 조건을 변경해 조달청에서 입찰하도록 했습니다. 화인 이상준 대표는 “기존업체 외에는 새로운 업체가 이 분야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해군 담당자의 의도가 아니라면 이러한 생트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강소기업은 만신창이…"해군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분개
월드 클래스 인증 사진+ 공장 내부
특수전용 고속단정을 만든 (주)화인은 2015년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한 월드 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고 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강소기업입니다. 직원 135명, 연 매출액은 450억 원으로 수출 비중이 50%에 달합니다. 특히 고속단정에 부착하는 특수 방현 튜브는 세계 일류 상품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화인은 이미 2014년과 2015년 해경 고속단정 12척을 건조했으며 2015년 해병대 고속단정 13척을 만든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단 한 번도 문제를 지적받은 적이 없다고 화인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군에 납품한 특수전용 고속단정 입찰에 뛰어든 이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납품 지연에 따른 13억여 원의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게 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하는 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입찰에는 아예 참여하지도 못했습니다.

화인의 이 대표는 “해군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방해와 고의 지연, 입찰 배제 등 온갖 갑질을 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화인은 현재 해군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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