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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확실성의 동북아… 한국의 '능력'과 '한계'

[취재파일] 불확실성의 동북아… 한국의 '능력'과 '한계'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사드 관련 얘기를 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의원외교를 통해 정부가 못하는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외교에 대해서는 각자 시각이 다르겠지만, 중국이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공식 만남은 회피하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상대만을 골라 만나고 있는데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중국이 한국의 정책을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지역패권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설치된 소녀상
소녀상 문제에 대해 일본이 대응하는 태도도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1년 전 위안부 합의는 우리로서도 마뜩지 않은 합의인 셈인데,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 만큼도 없다”며 우리 국민 감정에 불을 질렀다. 그래놓고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자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등 항의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기는커녕 일본내 보수 여론 다독이기와 외교적 수읽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 2017년 동북아는 불확실성과 유동성 커져
 
한중, 한일관계가 이렇게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은 2017년 동북아에 닥쳐올 불확실성의 서막인지도 모른다. 동북아는 사실 한중, 한일관계보다 훨씬 복잡한 갈등 요인들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갈등의 요인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불거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시작 전부터 타이완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중 강경파를 국가무역위원장에 앉히는 등 미중 갈등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불편한 중일 관계도 쉽게 좋아질 리 없고, 북한은 북한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또하나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비교적 갈등 요인이 적은 한미, 미일동맹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일동맹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일본의 무역장벽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한미동맹도 미국의 신행정부 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놓고 잠재적 갈등 요인이 부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동북아 전체가 양보와 타협보다는 대결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불확실성과 유동성의 시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우리 국력 커졌지만 동북아에서는 힘이 부쳐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한반도 주변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 가운데 제일 힘이 약한 나라가 우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권의 경제력을 가진 주요한 국가이긴 하지만, 동북아의 열강들에 비해보면 국력이 제일 약한 것이 사실이다. 주변국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국력이 성장하긴 했지만, 동북아 지역 구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재편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때문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보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필 필요가 있다. 동북아의 판세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데 제일 국력이 약한 우리가 섣불리 목소리를 높이고 선택을 서두르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국제 정세의 변환기에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커다란 곤란을 겪었던 사례를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보다 신중하고 차분해져야

생각 같아서는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국들을 모두 꿇어 앉히고 호되게 나무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해져야 한다. 상황이 지극히 유동적인데 우리 기분대로 행동했다가 나중에 외톨이가 되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곤란해질 수도 있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그래서 지금은 중요하다. 중국이 얄밉고 일본이 얄밉지만 한중, 한일관계 모두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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