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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월호의 진실을 국민에게 묻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인터뷰 ②

[취재파일] 세월호의 진실을 국민에게 묻다
● 세월호 천 일, 희망을 묻다 

모레 9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천 일입니다. 천 일을 앞두고 오늘 전국에서는 다시 촛불을 밝힙니다. 하지만,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입니다. 진실을 밝히려던 특별조사위는 해체됐고, 지난해 7월 예정돼 있던 세월호 인양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어느 네티즌이 몇달에 걸쳐 만든 세월호 다큐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고 있을 뿐입니다.

단원고 희생자 예은양의 아버지이기도 한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누구보다도 간절한 그에게는 어떤 희망이 남아있을까. 물어보기조차 미안한 질문이지만, 그에게 희망을 물었습니다. 다행히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조금 놀랍게도 그 답은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해체된 특별조사위…1년의 공백 사태

국민 650만명이 서명하고 국회에서 힘겨운 논의 끝에 출범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30일 정부로부터 활동 종료를 통보받고 해체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7시간 조사 등 조사 내용과 조사 기간 등을 놓고 갈등을 일으키고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조사 방해를 지시하는 해수부 문건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참고-[취재파일] 세월호 참사 밝히라지만 정작 특조위가 없다

이후 국회에서는 1기 특조위보다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진 2기 특조위 출범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의 발생 원인과 조치 등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한 법안입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최장 330일 후 자동 본회의에 상정돼, 늦어도 올해 11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1년 동안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올봄 세월호 인양을 앞두고 있는데, 1년간의 진상조사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Q. 세월호 참사를 밝히려던 특조위가 해체됐는데...

유경근 :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올해 봄에는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그땐 현지 조사하고 미수습자 수습을 해야 해요. 그런데, 현 정부 하에서 혹은 세월호 참사 관련 공직자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처럼 유사한 방해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죠. 이런 걸 막기 위해 2기 특조위 출범을 비롯한 내용을 담은 새로운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23일에 긴급처리안건으로 지정됐어요. 내년 11월 17일까지는 새로운 특별법이 상정되겠지만, 문제는 특조위가 만들어질 때까지 또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거죠. 정부 발표 대로면 중간에 세월호 선체가 인양될 거예요. 정권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법은 안 만들어졌고, 특조위는 사라진 상황인 거죠. 
해체된 세월호 특조위의 임시 사무실
● 국민에게 길을 묻다 - 국민조사위

Q. 그렇다면 1년 동안 진상조사할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거네요. 

유경근 : 그렇죠.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국민조사위'라는 기구를 생각하게 됐어요. 말 그대로 유가족과 전문가 외에 시민들이 함께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거예요. YMCA가 후원해서 장소를 지원해주기로 했고요. 국민조사위가 할 일은, 기존 특조위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룹의 조사 결과를 다 모아서 정리하고, 새로운 과제를 선정해서 국민에게 공개하자는 거예요. 몇몇 연구자들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조사하는 모든 과제, 자료를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서 직접 못 오더라도 관심 있는 분들이 새로운 과제를 들여다보고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있는 거죠.

국민조사위를 준비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굉장히 연락이 많이 왔어요. 진상규명에 대한 열의도 높고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국민조사위가 출범하게 되면 내가 출근은 못해도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하고 싶다”, “영상 다루는 사람인데 내가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겠냐”, “출범하면 뭐라도 하겠다. 필요하면 몸으로라도 떼우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해외 대학에서 교수님들도 몇 분 연락을 주셨어요. 얼마든 환영입니다. 저희로서는 그런 전문가 찾기도 어렵고요. 예를 들어 영상 전문가들이 같은 영상을 봤을 때도 발견한 게 다 다릅니다. 여러 전문가가 각각 들여다보면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라앉는 세월호
● 국민과 함께 진실을 찾다

Q. 국민들이 어떻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거죠?

유경근 :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어요. 선박, 항해, 영상, 안전 시스템 등에 관한 전문가들이 그동안 조사된 자료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서 직접 연구하고 정리하는 거예요. 그걸 국민조사위로 보내면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같이 토론하고, 세월호 참사 기본 성격과 진상 조사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는 거예요. 국민조사위가 권한도 없고, 새로운 증거와 증언을 모으는 데 제약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 돌파할 수 있는 힘은 많은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들여다보는 데 있죠. 좋은 예가 이번 청문회에요. 국회의원보다 네티즌들이 보고 밝힌 게 더 많다고 할 정도였어요. 집단지성의 힘이겠죠. 그런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도 해경에서 가져와야 할 녹취록이 많아요. 자료 90% 이상을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확보되면 내용이 굉장할 거예요. 이런 녹취록을 정리하는 것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Q. 이전의 특조위와 어떻게 다를까요?

유경근 : 국민조사위는 조사 결과와 과정을 알릴 거예요. 특조위의 가장 큰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뭘 했는지 국민들이 잘 몰랐다는 거예요.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도 알리기 어려웠고, 언론도 외면하는 상황이었고요. 국민조사위가 무엇을 홍보할 것인가를 조사 시작 단계부터 기획하고 홍보 수단을 마련할 거예요.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을 모집할 건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들로 공동대표단 10-15명을 구성하고 있고요, 시민위원 150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국민조사위는 회원 단체가 아니지만 시민위원을 대거 추천 받는 건 그 호스트의 역할, 운영 지원 후원하거나 후원을 조직할 수 있는 사람, 조사 결과나 자료를 직접 홍보하거나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사람, 능력과 역량이 있는 분들을 모셔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단순 노동도 많아요. 세월호 자료가 정말 방대해요. 진짜 자료와 가짜 자료가 있는데 어느 누가 기준 갖고 판독하기가 어려워요. 자료 자체가 많고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공개하려고 하는데 한두 명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문서를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는 사람들 모두 참여할 수 있어요. 세부적으로 30여가지 분야가 있는데, 온오프라인 다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번에 세월호 참사를 분석한 네티즌 수사대 ‘자로’를 비롯해서 이렇게 진실을 찾고 있는 시민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도 함께 해서 같이 자료와 데이터를 정리할 거예요.
자로 다큐멘터리 '세월X' 이미지
● “두렵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Q. 성공할 수 있을까요?

유경근 : 솔직히 성공할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이런 성격의 기구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잖아요. 두려운 건, 이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실패하면 새로운 특조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례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있는 거죠. 그럼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시도하려면 몇몇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관점보다는 열어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1월 9일이 세월호 참사 천 일인데 7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출범 선언을 하기로 했어요. 국민조사위 차원에서 헌재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왜 인용해야 하는지 토론회를 열어서 헌재에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어요. 잘 되게 만들어야죠. 그래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교환이나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없고, 합치된 의견이 없었는데, 이번에 국민조사위가 그런 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수단일 뿐…원동력은 국민에게”

Q. 이렇게 국민들에게서 답을 찾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유경근 : 나라가 이만큼 커졌으니 이제는 어떻게 사면 가족을 조금 더 잘 먹이고 공부 더 시키고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살까, 국민들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다시 돌아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더 잘 살 수 있는 가능성도 잘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불안해서 내 아이 어떻게 밖에 내놓고, 어떻게 비행기 타고 배 탈까 걱정을 해요. 혹여 피해를 당해도 이 나라는 나를 구조해주고 도와주지 않는데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 긴 시간 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아이, 내 가족 생명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이 문제를 등한시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다음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거예요.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호할 것인지 분명한 철학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거예요.

저희가 숨진 아이들의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버틴 것도 크지만 함께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온 거예요. 앞으로 저희를 응원하거나 함께 하는 분들이 줄어든다고 해도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계속 가긴 가야죠. 하지만, 이왕 갈 거면 더 힘 있게 신나게 보람 있게 가는 게 좋잖아요. 그런 면에서 국민 응원과 지지가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탄핵 국면에서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진실을 위해 가야할 길도 이 촛불 시민들과 함께 가면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청와대 앞 100미터 앞에 갈 수 있었던 것처럼 대통령 탄핵안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진실도 국민과 함께라면 밝힐 수 있겠다, 국민들 믿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부와 국회는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인 거고, 원동력은 국민들한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희망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처음 가졌던 숭고한 촛불의 뜻을 잊지 않으면 더 좋은 세상이 훨씬 빨리 올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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