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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존 리 무죄에 유족 "양심은 알고 있을 것"

'가습기 살균제' 존 리 무죄에 유족 "양심은 알고 있을 것"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김아련(오른쪽)씨
 
"존 리,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오늘(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장이 선고 결과인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40살 김아련 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5년 전 두 살배기 딸 다민이를 잃은 김 씨는 오늘 존 리 전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자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네 양심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복해서 외치다가 결국 방호원의 손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2011년 처음 사회적 논란이 된 지 5년 반 만에 첫 형사재판 선고가 나왔지만,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와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선고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는 징역 7년형을 받았고, 존 리 전 대표는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 때문에 사용했다가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됐는데, 무죄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만성 폐질환 환자 임성준 군의 어머니 권미애 씨는 "성준이는 지금 15년째 앓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고작 7년으로 죗값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법정을 찾은 임 군은 산소통에 이어진 호흡기 튜브를 코에 연결한 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권 씨는 판결이 나오자 감정이 격앙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선 시작 40여 분 전인 9시 50분쯤부터 복도에 피해자들과 유족, 취재진 등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재판을 시작한 오전 10시 반에는 150석 규모의 대법정에 빈자리가 없어 방청객 40여 명은 선 채로 선고를 들어야 했습니다.

구속 상태인 신 전 대표는 녹색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판결문 본문만 300여 쪽에 달할 정도로 기록이나 쟁점이 많아 총 1시간여 동안 재판이 진행됐지만 신 전 대표는 내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형이 선고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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