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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불출석 사유도 가지각색…'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리포트+] 불출석 사유도 가지각색…'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 김건모 '핑계' 中
대중가요는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993년도에 발매된 곡이지만, 가수 김건모의 노래인 '핑계' 속 가사를 들으면 요즘 각종 핑계로 불출석하는 이들에 대한 생각이 절로 듭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창 유행했고, 탄핵심판 변론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불출석'. 오늘 '리포트+'에서는 불출석을 위해 증인들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 속 다양한 핑계들(?)을 살펴봤습니다.

■ '불출석 사유서'가 뭐기에

청문회나 변론기일에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사유를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 증인은 위원회가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해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를 '동행명령장'이라고 하죠.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증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법적인 처벌은 가능하지만, 청문회에 강제로 출석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 불출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불출석에도 이유가 있다
사유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강상의 문제'부터 '자식 문제'로 못 나간다는 이유까지, 불출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불출석 사유를 유형별로 살펴볼까요?

① '건강이 최고'형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가 자주 사용하는 불출석 사유는 '건강상의 문제'입니다.

최 씨뿐만 아니라, 언니 최순득 씨, 조카 장시호 씨 등 최씨 일가는 건강 문제를 핑계로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왔습니다.

지난 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요구에 최 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정신 건강'이 걱정됐나 봅니다. 최 씨는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들어 특검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최 씨는 앞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건강 문제를 들며 불출석했는데요, 사유도 논란이 됐지만, 자필로 작성한 사유서의 오·탈자도 화제가 됐습니다.
최순실의 오탈자
최 씨는 지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 '심신미약'과 '공황장애'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는데,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잘못 써 빈축을 샀습니다.

5차 청문회에도 최 씨는 자필로 작성한 소명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불출석 사유서에는 "현재 수사와 구속수감으로 평소의 지병으로 심신이 회폐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지치고 쇠약해졌다'는 의미의 '피폐'를 '회폐'로 잘못 작성한 것이었죠.

건강염려증(?)으로 보이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6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입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의사의 소견까지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몇 년 전에 신장암 수술을 했는데, 청문회에 나갔다가는 큰일 난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는 겁니다.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던 안종범 전 수석은 구치소에서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

② '바빠서 못 가'형

지난달 5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열린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에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 중'을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한 2차 기관보고에도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류국형 경호본부장이 출석하지 않았죠.

세 사람은 최순실 씨의 청와대 무단출입 의혹과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근접해있는 인물들인데, 이들은 국정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을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유도 있습니다.
장승호의 불출석 사유
최순실 씨의 조카 장승호 씨의 불출석 이유입니다. 지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장 씨는 구체적인 사유서를 작성해 화제가 됐습니다.

장 씨가 베트남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데, "학부모와 미팅이 예정돼 있어서 못 온다"는 겁니다. 당시 국정조사 의원들은 "엽기적인 불출석 사유"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③ '자식 사랑'형

불출석 사유 중에는 감동적인(?) '자식 사랑형'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입니다.
안봉근의 불출석 사유
지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 예정이었던 안 전 비서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사유에는 "자녀에게 영향을 미쳐 사생활 침해 가능"이라고 적어 국민의 눈총을 받았죠.

자녀를 사랑하는 안 전 수석의 사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등학생을 다니는 딸이 사춘기이기 때문에 청문회에 출석하면 사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대입을 앞두고 있어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④ ‘나 잡아봐라’형

불출석 사유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유형도 있습니다. 일명 '나 잡아봐라'형 또는 '가출형'입니다. 대표 인물은 소재 파악을 위해 국회와 정치권이 현상금까지 내걸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가출의 귀재 우병우
우 전 수석은 지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주소지 부재 등을 이유로 출석 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잠적한 채 나타나지 않았죠.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집을 비운 채, 청문회의 출석요구서 수령을 피했습니다.

당시 우 전 수석을 두고 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른바 '가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어제(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기일에도 나 잡아봐라형이 등장했습니다. '문고리 3인방' 중 2인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입니다.

안 전 비서관은 자식 사랑형에 이어 나 잡아봐라형에도 속해 다양한 사유를 제시하는 인물로 눈길을 끕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일, 우편을 통해 이들의 주소지로 요구서를 발송했으나,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전달에 실패했습니다.

이어 3일과 4일엔 헌법재판소 직원이 주소지에 찾아가 기다렸지만, 이들은 휴대전화도 받지 않으며 잠적한 상태입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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