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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터키는 왜 IS의 선전포고를 받았나?

[월드리포트] 터키는 왜 IS의 선전포고를 받았나?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7.01.06 10: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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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의 클럽에서 무차별 난사로 39명이 숨지고 60명이상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이 사건의 배후를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새해에도 IS의 테러 공포가 지구촌을 휘감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터키와 IS의 관계가 새롭게 변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 ‘테러’에서 ‘전쟁’으로…IS의 선전포고

IS는 이번 테러가 ‘십자가(기독교의 하인) 터키’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습니다. ‘칼리프국가(IS)의 전사가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공격을 수행했다면서 외로운 늑대와 같은 추종자의 범행이 아니라 IS 지도부가 직접 개입했음을 암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서방의 IS 격퇴전에 동참한 터키를 공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IS의 새 대변인 아부 하산 알무하지르 역시 지난달 "세속주의 배교자인 터키를 공격하라"고 선동한 바 있습니다. 이번 공격에 앞서 IS는 터키군 포로 2명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잔혹한 처형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과 맞닿은 레이나 클럽, 관광책자에서도 꼭 가봐야할 이스탄불의 명소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IS가 터키에서 벌인 테러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자신들이 배후임을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한 게 한 번 있었지만 이 사건은 쿠르드반군의 소행으로 드러나서 실제로 IS가 터키에서 벌인 테러의 배후를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봐야 합니다. 터키 정부가 IS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테러는 많았지만 IS는 줄곧 침묵해왔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테러행위를 선전하기 위해 열을 올리던 모습과 정반대 상황이 유독 터키에서만 연출됐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터키 테러에 대해서만 입을 다문 건 터키와 관계를 의식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IS의 배후 주장은 아주 이례적인 행동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일련의 발언과 흐름을 볼 때 이제는 IS가 터키를 ‘주적’이자 ‘배교자’로 단정을 지었고 분명한 공격대상임을 공식화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IS가 터키에서 벌인 공격이 ‘테러’였다면 이제는 분명한 ‘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 이이제이( 以夷制夷 )- 터키가 IS를 대하던 방식

2014년 6월말 IS가 이슬람국가를 선포한 이후, 반 IS동맹에 있어서 터키의 태도는 애매모호했습니다. 터키는 미국이 주도하는 IS격퇴전에 공군기지를 내주고, 시리아 반군을 3백만 명이나 받아주면서도 정작 IS 격퇴전에 직접 군사행동에 나서는 걸 꺼려했습니다. 한마디로 관망과 방조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 배경은 ‘쿠르드족’과 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인 쿠르드족은 터키와 시리아.이라크.이란에 걸쳐 2천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의 목표는 독립국가 건설입니다. 당연히 터키에서도 쿠르드족은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리독립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터키는 이들을 반군으로 규정합니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에서 IS의 천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도 지상군의 역할을 쿠르드족에 맡길 정돕니다. 터키는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의 세력이 커지면 자국내 반군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입니다. 쿠르드족의 힘이 커지는 걸 IS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러면서 터키와 IS는 암묵적인 공조가 맺어왔습니다. 터키는 시리아로 가는 국경을 느슨하게 감시했습니다. 최소 2만 명의 외국인 대원이 터키 국경을 통해 IS에 가담했습니다. IS는 마음 놓고 터키 국경을 넘나들며 원유를 팔았고 필요한 무기와 보급품을 들여왔습니다. 러시아가 IS의 원유가 터키로 들어오는 영상까지 공개하며 비난했지만 터키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IS는 쿠르드족과 전쟁을 터키 영토까지 확대했습니다. 2014년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수루치에서 쿠르드족 지원 행사장에 자폭테러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100여명이 숨진 앙카라 기차역 테러 등 쿠르드족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이때마다 터키 정부는 IS의 소행을 주장했지만 터키와 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IS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터키 역시 IS에 대한 보복을 단행한다고 시리아와 이라크를 공습하면서도 정작 폭탄의 대부분을 쿠르드족에 투하했습니다. IS의 천적으로 불리는 시리아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 ‘안젤리나 졸리’로 불렸던 ‘아샤 라마잔 안타르’은 지난해 9월 IS와 전투 중에 전사했습니다.”
● 균열 간 ‘암묵적 공조’

겉으로는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등뒤로 손을 맞잡은 것 같은 터키와 IS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건 묘하게도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 개선과 시점이 맞물립니다. 그 전에 터키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 이겨 국경을 폐쇄하면서 징조는 보였지만 본격적인 대립은 그 때부텁니다. 국경 경비 강화로 보급품과 대원 유입이 어렵게 된 IS는 불만의 표시로 테러에 자폭테러를 자행했지만 역시나 쿠르드족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터키와 러시아는 경제단절까지 가는 앙숙 관계였지만 지난해 7월 러시아가 터키 쿠데타 정보를 사전에 귀띔해 주면서 급속도로 진전됐습니다.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은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내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며 친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살리기 위해서 IS 격퇴에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유럽과 관계가 소원해진 터키로선 러시아를 놓칠 수 없습니다. 자연히 러시아의 정책과 보조를 맞출 수 없게 됩니다. 그러던 참인 지난해 8월 중순 터키 가지안테프에서 쿠르드족의 결혼식장에 자폭테러가 벌어집니다. 터키는 IS의 소행을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군사개입을 선언합니다. 시리아의 IS 진영을 공습하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또 다른 배경이 깔려 있는데 바로 쿠르드족입니다. 당시 쿠르드족은 IS과 대결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시리아 북부에서 크게 세력을 확대하며 자치정부 건설위원회까지 설립하려는 단계였습니다. 쿠르드족이 잘 되는 꼴을 터키가 팔짱만 끼고 볼 리 없습니다. IS에게 맡겼다 이 지경이 됐으니 결국 터키가 직접 나설 차례가 된 겁니다. 당시 시리아 북부의 IS는 보급거점인 만비즈를 쿠르드족에 빼앗기고 자라블루스라는 곳에 집결한 상태였습니다. 쿠르드족이 자라블루스에 남은 IS 잔당을 몰아내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이 곳마저 쿠르드가 차지하면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유프라테스강을 마주보고 한데 연결됩니다.

터키는 ‘유프라테스 방패작전’이란 이름아래 전투기와 탱크를 앞세워 시리아로 진격했습니다. 시리아 정부의 허가는커녕 통보도 없이 자라블루스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지상병력으로 같은 수니파인 시리아 반군을 앞세웠습니다. 자라블루스에 이어 쿠르드의 만비즈까지 빼앗고. 내친 김에 IS의 선전잡지가 발행되는 다비크까지 치고 들어갔습니다. 쿠르드족은 유프라테스강을 포기했습니다.

IS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입니다. 터키는 수니파입니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입니다. 아사드 정권에 반기를 든 시리아 반군은 수니파입니다. 터키는 이런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습니다. IS는 원래 알카에다 이라크지부가 시리아 반군과 함께 뒤섞여 싸우다 ‘독립’을 선언한 수니파입니다. 고로 터키와 IS는 통하는 맥이 있습니다.
자동소총을 난사하며 레이나클럽으로 들어가는 테러범
동서남으로 전쟁을 치르는 IS에게 북쪽의 터키는 생명줄이었습니다. 원유 팔아 돈도 마련하고 보급품도 들여오고 외국인 대원도 유입하는 경로였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에 테러를 해도 터키인은 되도록 건드리지 않았고, 전세계 추종자들에게 선전하던 테러 배후도 터키에서만큼은 침묵했습니다. 그런 터키가 돌변해 락까의 숨통을 조여오는 판국이 됐습니다. 당연히 맞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테러에서 터키를 서방을 지칭하는 ‘십자가의 하인’으로 지칭하고 ‘배교자’로 규정한 겁니다. 쿠르드족과 전혀 상관없는 외국인이 즐비한 신년파티장을 노려서 터키에서 벌이니 테러의 새로운 변화를 선언한 겁니다.

● 중동의 머리가 되고 싶은 터키

쿠르드 견제를 맡긴 IS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터키에겐 IS를 방조할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터키는 내친 김에 IS의 수도격인 락까도 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반군과 함께 탱크의 기수를 락까의 길목에 위치한 알 바브로 향했습니다. 쿠르드반군이 공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시리아에서 한 몫을 담당해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심산입니다.

터키는 이미 러시아와 손을 맞잡고 시리아 사태 해결의 한 축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의 입장은 터키가 대변하면서 러시아와 터키는 정치적 파트너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터키는 오는 23일 카자흐스탄에서 미국과 유럽, 유엔까지 배제한 채 새로운 시리아 평화협상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터키는 평화협상에서 쿠르드족의 참여를 차단했습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쿠르드족이 권리를 주장할 빌미를 없애버리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터키는 줄곧 EU 가입을 원하며 유럽의 구성원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러시아와 갈등을 반복하며 오랜 세월 서쪽으로 서쪽으로 팔을 뻗어왔습니다. 이슬람주의를 추구하는 에르도안은 노선을 바꿨습니다. 옛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화 재현을 꿈꿉니다. 기독교적인 가치를 앞세워 사형제 반대니 인권 탄압이니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EU대신 영토의 90%가 있는 중동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겁니다. 서방의 꼬리보다는 중동의 머리가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시리아에 군사적. 정치적 발판은 이미 마련했습니다. 이라크에선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반대에 아랑곳 않고 자체적인 IS 격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리아 사태 해결 논의를 명목으로 시아파인 이란과도 손을 맞잡았습니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같은 돈만 많은 수니파 걸프 왕정과 미국이 주도하던 중동의 역학구도를 이제는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시아파 3국(시리아.이라크.이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속셈입니다.

인터넷에서 중동 지도를 열어놓고 한 번 보세요. 러시아·터키·시아파 3국을 한데 묶어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는 아라비아반도는 외딴 섬처럼 덩그러니 구석에 몰려 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이 득 될 게 없는 외교에선 발을 뺄 게 뻔한 상황이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걸프국은 정치적 힘을 잃고 그저 돈만 많은 외톨이로 전락할 지 모릅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함께 손을 잡고 중동의 우두머리를 꿈꾸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더 폭력적으로, 더 권위적으로

IS의 선전포고로 터키는 더욱 큰 테러 위협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IS가 터키국경을 마음 놓고 오갔던 터라 터키 내엔 적지 않은 IS 추종자와 조직원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리아에서 건너온 3백만 명의 난민 가운데 얼마나 IS 조직원이 뒤섞여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공격을 명령한 만큼 터키에 대한 IS의 테러 행위는 더욱 대담하고 무차별로 이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IS뿐 아니라 쿠르드반군의 테러로 터키의 관광객은 2015년과 비교해 지난해 터키 40%나 급감했습니다. IS의 테러 대상이 쿠르드족을 넘어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시설로 확대되면서 터키의 관광산업이 받는 타격은 더 심각해 질 것 같습니다.

더구나 IS는 이라크에서 모술을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이고 시리아에서도 수도 락까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수세에 몰리면 몰릴수록 이라크.시리아를 벗어난 역외 테러를 확대할 게 뻔합니다.

에르도안은 국내의 혼란 상황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디딤돌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당장 이스탄불 클럽 테러 직후 국가비상사태를 또 3개월 연장했습니다. 이미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에르도안 정권은 테러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 제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쿠르드반군의 테러마다 쿠르드 관련 인사가 무더기로 체포되고 해직되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군인.경찰은 물론 언론이며 정치인까지 자신의 뜻에 반하면 숙청대상에 올리고 있습니다. 21세기 술탄이란 오명에도 1인 독재를 완성하기 위해 대통령제 개헌을 밀어 부치고 있습니다. 국가비상사태에서 국민투표를 한다는 건 공정성이 침해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국가 안정을 위해선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시급하다’는 위기론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국가에서 세속주의를 도입해 민주주의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듣던 터키는 IS의 테러와 독재강화, 인권 탄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예측불허의 앞날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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