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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 TV에 등장한 '주몽'

[취재파일] 북한 TV에 등장한 '주몽'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7.01.06 11:03 수정 2017.01.06 14: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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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북한 TV에 등장한 주몽
새해 들어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고구려 건국의 역사를 다룬 ‘고주몽’이라는 만화영화가 방송되고 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말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고주몽’ 1부에서 10부까지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 장편역사만화가 새해부터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만화영화는 상당히 수준 높게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비전문가라 잘 모르겠지만, 흐르는 물이나 꽃송이, 얼굴 표정이나 사람 동작 등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식으로 얘기하자면 ‘2017년도 신년대기획’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 북한이 고구려 역사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이 주몽 이야기를 새해 벽두부터 방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주몽 이야기는 남북한 모두에게 소구력이 있는 역사 소재이다. 주몽은 고구려를 세운 사람이고, 고구려는 만주까지 호령했던 우리 민족의 웅대했던 역사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도 고구려의 역사를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이 주몽의 고구려를 강조하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반도 북부 지역에 위치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의 정통성이 남쪽보다 북쪽에 있음을 은근히 강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구려는 부여와 옥저, 동예 등을 병합해 새로운 강대국을 건설했다. 고조선 이후 갈라졌던 나라들을 다시 결합해 하나의 새로운 통일국가를 북쪽 지방에서 건설한 고구려.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 대입해보면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겠는가?
 
● 주몽·해모수의 이미지에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북한 TV에 등장한 ‘주몽’‘고주몽’은 5일까지 3부가 방송됐는데, 북한 만화영화 ‘고주몽’에 나오는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는 산적을 만나서도 동족과는 싸우지 않겠다며 무력을 쓰지 않는다. 결국 산적들을 인격으로 감화시켜 따르게 만드는데, 해모수는 그 이후에도 갈라진 민족의 나라들을 한 나라로 통일하겠다는 것을 자신의 대업으로 내세운다. 사실 그 당시에 한반도와 만주에 존재하던 나라들 사이에 동족이라는 개념이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한데도 말이다.
 
이같이 ‘민족’과 ‘통일’을 강조하는 영화적 시나리오는 북한이 김일성 관련 영화를 만들 때에도 자주 등장한다. 일제 치하에서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민족의 통일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것이 김일성이라는게 북한의 주장이다.
 
● 김정은, ‘백성에 대한 존중’부터 배워야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자주통일을 강조했다. “동족끼리 싸우지 말고 … 온 민족이 뜻과 힘을 합쳐 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동족끼리 싸우지 말자는 말은 만화영화 속 해모수의 말 그대로이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외세의 간섭을 끝장내자는 신년사의 언급은 민족이 힘을 합쳐 외세(당시 중국세력)와 대항하자는 해모수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우리 민족의 웅대했던 역사, 고구려의 주몽을 소재로 삼아 김정은의 위대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주장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몽 혹은 해모수와 김정은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조선중앙TV가 그리는 만화영화 ‘고주몽’에서도 해모수는 천민들까지 존중하는 인덕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각지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해모수를 흠모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주몽도 같은 이미지로 그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3부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공포정치로 권력 유지에만 급급하는 김정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인 것이다. 김정은이 주몽이나 해모수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찾기를 원한다면 고구려 건국을 가능하게 했던 리더십이 백성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나왔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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