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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학점 잘 나와 의아한 정유라…최순실과 '1일 6교수' 접촉

[리포트+] 학점 잘 나와 의아한 정유라…최순실과 '1일 6교수' 접촉
"교수 같지도 않은 게, 감히 우리 딸을 협박해?"

잔뜩 화가 난 중년의 여성, 전화로 한 교수에게 폭언을 퍼붓습니다. 아직 분이 덜 풀렸던 걸까요?

분노에 휩싸인 여성은 딸을 데리고 학교로 직접 찾아갑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상황일 텐데요,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했던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여기까지가 드라마였다면, 현실은 지금부터입니다.

어제(4일), 교육부가 제출한 이화여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순실 씨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지난해 4월경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하루 만에 최소 6명의 교수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학사 특혜 관련 혐의를 부인했던 김경숙 전 학장이 직접 최 씨 모녀에게 학과장과 교수를 소개해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1일 6교수 접촉
오늘 '리포트+'에서는 최 씨와 정 씨가 이화여대에서 교수들과 만났던 상황과 정 씨를 비롯한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의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은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6명을 만난 그 날의 재구성
#1 최순실 씨의 집
등장인물: 최순실
최순실 씨는 지난해 4월 17일 딸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함 모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최순실]
"교수 같지도 않은 이런 뭐 같은 게 다 있냐?"
함 교수에 따르면, 최 씨가 전화로 폭언을 퍼붓기 전날 함 교수가 최 씨의 딸 정 씨와 통화를 했습니다. 출석이 불성실한 정 씨에게 "출석이 불성실하면 학사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함 교수가 정 씨와 통화를 한 지 하루 만에, 최 씨로부터 폭언과 고소하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받게 된 겁니다.
<2016년 4월 18일(추정)><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2 이화여대 총장실 등장인물: 최경희 전 총장, 최순실, 정유라" data-captionyn="N" id="i201011907"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105/201011907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실로 향했습니다. 최 씨 모녀가 최 전 총장을 만났다는 사실은 정 씨와 최 전 총장 모두 인정한 부분입니다.
[정유라]
"제가 입학하고 나서 2016년 처음으로 학교를 가서 류철균 교수하고 최경희 총장님을 만났어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최 씨와 지난해(2015년)와 올해(2016년) 한 번씩 두 차례, 학부모가 왔다고 하기에 만났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총장은 "통상적인 인사와 함께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최 전 총장의 발언에는 최 씨 모녀를 만난 적은 있지만, 학사 특혜 제공과 관련된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최 전 총장의 주장에도 의문이 드는 구석은 있습니다. 최 씨 모녀처럼 총장을 만나기 위해 학부모를 동반하고 학교에 찾아오면, 언제든 쉽게 만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 재학생은 지도교수와의 만남에도 사전에 일정을 잡고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 전 총장의 말대로라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정유라 입시 의혹' 등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을 거부했던 최 전 총장의 총장실이 '누군가'에게는 '개방적'인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3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실
등장인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체육과학부 이원준 학과장, 이경옥 교수, 최순실, 정유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실에서 나온 최순실 씨 모녀는 신산업융합대학장실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학장은 최 씨 모녀에게 정유라 씨가 소속된 체육과학부의 이원준 학과장과 이경옥 교수를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 씨에게 학사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구속된 류철균 교수 역시 김 전 학장과 최 씨의 부탁으로 정 씨의 성적을 조작했다고 진술했죠.

[류철균 교수 측 변호인]
"류철균 교수는 김경숙 전 학장이 최순실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교수가 소속된 신산업융합대학장이던 김경숙 교수가 최 씨와 정 씨를 소개하며 ‘잘 봐달라’고 세 차례나 부탁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에도 김 교수가 ‘지금 두 사람이 가니까 잘 봐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금까지 김 전 학장은 정 씨 학사 특혜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지난달 16일 열린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의 권한이며, 교수들에게 정 씨의 출석과 학점을 관리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학장의 주장처럼 교수들에게 정 씨와 관련해 지시하거나 부탁한 것이 없다면, 신산업융합대학장실에서 최 씨 모녀와 이 학과장, 이 교수와 동석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던 걸까요?
#4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이원준 학과장실
등장인물: 체육과학부 이원준 학과장, 이경옥 교수, 강지은 초빙교수, 서호정 강사, 최순실, 정유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실을 나온 이원준 학과장과 이경옥 교수는 각자의 연구실에서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를 상대로 학사 관련 상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학과장은 연구실에서 체육과학부의 강지은 초빙교수와 서호정 강사까지 불러 최 씨 모녀에게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함모 교수 연구실
등장인물: 체육과학부 함모 교수, 최순실, 정유라
최순실 씨가 정유라 씨의 지도교수였던 함모 교수에게 전화한 데 이어, 직접 찾아가 폭언한 것도 같은 날로 밝혀졌습니다. 함 교수를 찾아온 최 씨는 막말하고 고성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앞서 총장과 학장, 학과장 등과의 만남을 통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지도교수인 함 교수에게 재차 막말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함 교수는 이날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최순실 내려간다, 잘 대하라, 정윤회 부인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씨의 학사 특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전 학장의 주장과 또다시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최 씨 모녀의 방문 이후 정 씨의 지도교수는 다른 교수로 교체됐습니다.

■ 학점이 왜 잘 나온 지 저는 몰라요

조교에게 정유라 씨를 대신해 답안지를 쓰도록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류철균 교수까지 포함하면, 이화여대 교수 7명이 최순실 씨 모녀를 만난 셈입니다.

'1일 6명'이라는 빡빡한 상담 일정 덕분인지, 정 씨는 지난해 1학기와 여름학기에 7과목을 들으면서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모두 학점을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2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 시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정 씨는 지방법원에서 심리를 받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인터뷰에서 학점이 잘 나와 자신도 의아했고, 학사 특혜 의혹도 아는 바가 없다고 언급했죠.

[정유라]
"2016년도에 저는 제적이 될 줄 알았는데, 저도 아예 몰랐는데, 학점이 나온 거예요. 저는 중간에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고… 저는 아예 그때 학교를 간 적이 없어 가지고 담당교수님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는 시점이었어요."

정 씨는 "2016년에 학교에 처음 가서 최경희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만났다. 그러고 나서 학점이 나왔다"며 이화여대 교수 2명만 만난 듯이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점이 잘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총장을 비롯한 6명의 교수를 만난 정황을 고려했을 때 정 씨의 발언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교육부는 이화여대 특별감사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11월 해당 교수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지만, 특혜 의혹을 입증할 만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면담 사실은 확인됐으나, 학사 특혜를 제공했다고 확인할 만한 증언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지금, 국민은 언제까지 원치 않는 이 드라마를 지켜봐야 하는 걸까요?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 정정보도문

본 인터넷 신문은 1월 5일에 홈페이지 리포트+ 코너에서 "학점 잘 나와 의아한 정유라…최순실과 '1일 6교수' 접촉"이라는 제목으로 이화여대 이 모 학과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서호정 강사를 불러 최순실 모녀에게 소개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이 학과장은 서호정 강사를 최순실 모녀에게 소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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