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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 연봉 때문에 망하고 있을까?

[취재파일]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 연봉 때문에 망하고 있을까?
올겨울에도 프로야구 FA 시장에는 거액 계약과 각종 신기록이 쏟아졌다. 최형우가 ‘총액 100억 원’의 벽을 넘었고, 차우찬은 투수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FA 시장에서 ‘억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이러다 프로야구 망한다’는 주장도 난무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정말 치솟는 선수 연봉 때문에 망하고 있을까?
 
선수들의 연봉이 많이 오르긴 했다. 2006년 299억 원이던 프로야구 선수 전체 연봉은 지난해 665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10년 사이에 222%나 올랐다.
프로야구 관련 그래프
그런데 선수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게 있다. 구단들의 수입이다.

입장권 판매액을 예로 들어보자. 2006년 106억 원이던 프로야구 전체 입장권 판매액은 지난해 870억 원으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각 구단들은 입장권 판매액 만으로도 선수 연봉을 다 주고도 남았다. 2016년 선수 연봉 총액 665억 원은, 입장권 판매 총액 870억 원의 76%에 불과하다. 올해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 2009년 이후, 입장권 판매 총액은 항상 선수 연봉보다 많았다.
 
프로야구 관련 그래프
이 구조는 메이저리그와는 사뭇 다르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에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티켓 판매액 만으로 선수단 연봉을 감당할 수 있었던 팀은 뉴욕 양키스뿐이다. 나머지 29개 팀은 모두 티켓 판매총액보다 선수단 연봉이 훨씬 많았다. 평균적으로 티켓만 팔아서는 선수 연봉의 57%밖에 감당할 수 없었다. 즉 선수들의 연봉이 티켓 판매액의 두 배쯤 됐던 거다.
 
입장권 판매액은 국내 프로야구 전체 매출의 1/3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KBO(정확히는 마케팅 자회사 KBOP)가 올해 360억 원에 이른 방송중계권료, 점점 파이가 커지고 있는 인터넷-모바일 등 뉴미디어권 판매료, 게임 퍼블리시티권과 각종 상품 판매, 메인스폰서(현재 타이어뱅크) 등 각종 리그 스폰서료를 통해 돈을 벌어 구단들에 나눠준다.

개별 구단들도 돈을 번다. 구단 관련 상품과 구장 내 식음료 판매 등 마케팅을 펼쳐 수입을 올리고, 결정적으로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히어로즈의 경우 네이밍 스폰서료. 연간 100억 원 추정)을 받는다.

이 수입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KBO는 통합 마케팅을 통해 350억 원을 벌어 8개 구단들에 38억 원씩을 나눠줬다. 이후 KBO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복수의 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구단은 KBO로부터 약 65억 원씩을 배분받았다. KBO가 올린 매출만 4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선수 연봉 인상률 66%보다 훨씬 높은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선수들의 연봉이 꽤 오르긴 했지만 ‘프로야구 산업’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즉 선수들의 연봉 때문에 야구가 망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KBO와 각 구단의 경영 투명성 제고, 선수단 내부의 빈부격차 등 여러 과제들이 있지만, ‘프로야구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선수 연봉이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선수 연봉 때문에 프로야구 망한다’는 주장은, 호황 때나 불황 때나 한결같이 ‘임금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고 외쳐온 재벌들의 주장과 여러모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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