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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만 달러 사나이' 권경원을 소개합니다

'명장' 스콜라리 감독이 눈여겨본 유망주 '권경원'

[취재파일] '천만 달러 사나이' 권경원을 소개합니다
새해부터 국내 축구계에 신선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 출신으로 아랍에미리트 알 아흘리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권경원 선수가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인 132억 원에 중국 톈진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015년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을 이적할 당시 기록한 400억 원에는 한 참 이르지 못하지만, 2012년 박지성이 맨유에서 QPR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 88억 원, 같은해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옮긴 기성용의 106억 원 보다 높은 액수입니다.

‘권경원’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거액의 이적료로 중국 리그에 진출하게 됐을까?

궁금한 팬이 많을 것 같아 ‘취재파일’을 통해 권경원 선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명장’ 스콜라리가 점찍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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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원은 전북 유소년팀, 영생고 출신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으로  2013년 전북에서 프로 데뷔 첫 시즌에 20경기에 출전한 유망주였습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22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됐고, 이듬해인 2014년 1월에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2 챔피언십에도 출전했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1대 0으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권경원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전북의 브라질 전지 훈련지로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당시 기자는 브라질 현지에서 전북을 동행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권경원이 합류한 이후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는데요. 권경원이 어떤 선수인지 알 수 있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2014년 전북과 팔메이라스의 연습경기를 관전한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2014년 전북과 팔메이라스의 연습경기를 관전한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2014년 2월 8일, 전북이 전지 훈련 마지막 연습경기로 브라질 강호 팔메이라스를 상대한 날이었습니다. 팔메이라스 클럽하우스에서 경기가 열렸는데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팔메이라스를 이끌기도 했던 스콜라리 당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었는데요. 평소 친분이 있던 전북 이철근 단장의 요청으로 스콜라리 감독이 전북과 팔메이라스의 연습 경기를 관전하게 된 겁니다. 당시 기자가 스콜라리 감독과 함께 경기를 보며 ‘눈에 띄는 전북 선수가 있냐?’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고민 없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키 큰 선수가 눈에 띕니다. 저 선수는 조금만 다듬으면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189cm의 장신 미드필더 권경원이었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은 권경원의 피지컬과 패싱 능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슈팅 능력만 더 기른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의 칭찬과 조언을 권경원 선수에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큰 반응은 없더군요. 22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 진출 실패한 직후라 이른바 ‘멘붕’이 온 상태였는데, 세계적인 명장의 칭찬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알 아흘리 권경원
● ‘인생 역전’ 1막

스콜라리 감독의 기대와 달리 권경원은 2014년 시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전경쟁에서 밀려 단 5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2015시즌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전지 훈련 막바지에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북과 전지 훈련에서 평가전을 치렀던 아랍에미리트 명문 알 아흘리의 올리 감독이 권경원의 플레이에 확 꽂혀 영입 의사를 밝힌 겁니다. 최강희 감독과 수원 삼성에서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루마니아 출신의 올리 감독이 6개월 임대 1차 제안을 거절당하자, 이적료 300만 달러에 4년 6개월 장기계약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대표팀 경력도 없는 프로 2년 차 선수에게 4년 6개월 간 수십 억 원의 연봉도 보장했습니다.

유소년 출신으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기 위해 처음에는 권경원의 이적을 반대했던  전북 구단도,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살림에 고생하던 권경원에게 온 기회를 막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북 선수단의 귀국 전날 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적이 결정된 권경원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곧바로 알 아흘리에 합류했습니다.
알 아흘리 권경원
● ‘인생역전’ 2막

권경원은 알 아흘리에서 수비수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수비수 출신 올리 감독의 지도로 한층 기량이 성숙했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알 아흘리 구단이 제공한 저택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면서 마음에도 안정을 찾게 됐고, 본격적으로 잠재된 능력을 그라운드에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권경원은 2015년 알 아흘리의 최소 실점 정규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화끈하게 구단의 대우에 보답했습니다.

그러자 첫 시즌을 마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복수의 팀이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만큼 몸값이 치솟았는데요. 중국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권경원은 한 시즌을 더 알 아흘리에서 뛴 뒤, 이번 겨울 중국 무대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권경원이 입단하게 될 톈진은 지난 시즌 중국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해, 올해 1부 리그인 슈퍼 리그로 승격했습니다.

한때 광저우 헝다를 이끌기도 했던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비수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가 지휘봉을 잡고 있습니다. 칸나바로가 알 아흘리에서 선수와 코치를 했기 때문에 팀 사정에 밝아 권경원의 활약을 눈여겨보게 된 겁니다.

칸나바로의 요청에 톄진은 권경원에게 화끈하게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연봉이 36억 원에 계약 기간이 5년이니, 급여 총액은 180억 원에 이릅니다. 이적료 132억 원을 더하면 톈진이 권경원에게 투자하는 금액만 무려 310억 원이 넘습니다. 2013년 전북에 입단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권경원은 ‘억’ 소리 나는 두 차례 깜짝 이적으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자신의 능력을 알아본 광저우 헝다의 스콜라리 감독과 중국 슈퍼리그에서 상대로 만나게 됐으니, 이 또한 묘한 운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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