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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시녀 같은 사람" vs "공주인 줄 아나?"…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리포트+] "시녀 같은 사람" vs "공주인 줄 아나?"…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군가의 이름이나 호칭을 통해 서로 간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불렀을 때 꽃이 되는 긍정적인 관계도 있지만, 공주와 시녀처럼 상하관계를 드러내는 호칭도 있죠.
"최순실 씨는 시녀 같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
- 탄핵안 가결 후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에게 전한 말

“자기가 아직 공주인 줄 아나 보다.”
- 최순실 씨의 운전기사가 증언한 최 씨의 대통령 험담 내용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두 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대통령(대통령을 대신하는 사람)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하지만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은 탄핵 사유로 지목된 혐의들을 모두 부인했고, 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최 씨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40년 지기로 알려진 두 사람, 오늘 리포트+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서로를 일컬었던 호칭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 힘들었던 시절을 지켜준 ‘오랜 인연’

[박근혜 대통령 / 11월 4일 2차 대국민담화]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챙겨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켰다는 최순실 씨, 인연의 시작은 1979년 6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7년 전, 두 사람은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주최 ‘새마음제전’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고, 최 씨는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이었죠.

두 사람의 만남은 이때가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알고 지냈을 가능성도 큽니다. 최 씨의 부친인 최태민 씨가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불렸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최태민 씨가 박 대통령과 가까워진 계기는 ‘위로 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뒤, 영부인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에게 최태민 씨가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최태민)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겁니다.

1987년 한 잡지에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 그 딸인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여성중앙 1987년 10월호]
‘최태민에게 우선 보고를 해야 이사장(박근혜) 결재를 받을 수 있었으며, 최태민의 5번째 딸 최순실이 박근혜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전횡을 일삼아 문제가 됐다’
최태민 씨는 1994년 사망했지만, 박 대통령의 곁에는 최씨 일가가 남아있었습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죠.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습격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가 병실에서 박 대통령을 간호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어려운 존재? ‘대통령님과 원장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을 언니라고 불렀습니까?

[최순실]
언니요?(웃음) 제가 30년 동안 교육 사업을 했으니, 대통령이 저를 최 원장이라 불렀습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의원님’이라 불렀고, 지금은 ‘대통령님’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26일 열린 구치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는 대통령이 자신을 ‘최 원장’으로 불렀고, 자신은 박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불렀다고 증언했습니다.

최 씨의 증언만 보면, 최 씨가 대통령'님'이라는 극존칭을 붙여가며 대통령을 어려운 존재로 여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7년 전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주고받은 대화 녹음 파일은 조금 다른 관계를 보여줍니다.

녹음 파일에서 최 씨는 박 대통령의 말을 수차례 끊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쓰고 호칭도 부르지 못합니다. 최 씨의 주장을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죠.

40년 지기라지만, 대통령에게 최 씨는 어려운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서 최 씨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 역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습니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보좌관, 비서실장 등 중요한 자리를 맡아왔습니다.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도 정 씨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 11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검찰은 당시 국정 개입 의혹이 허위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은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 2위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틀어진 관계? ‘공주와 시녀’
[박근혜 대통령 / 11월 4일 2차 대국민담화]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탄핵안 가결 후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에게 전한 말]
"최순실 씨는 시녀 같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 나와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인데, 대체 어떻게..."

[최순실 씨의 운전기사가 증언한 최 씨의 대통령 험담 내용]
"자기가 아직 공주인 줄 아나 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발언을 살펴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느껴집니다.

힘들었던 시절을 지켜준 ‘오랜 인연’으로 시작해 ‘대통령님과 원장님’을 거쳐 ‘공주와 시녀’까지.

탄핵 심판을 앞둔 그녀와 구치소에 수감된 그녀는 이제 서로를 어떻게 부르게 될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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