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대학교 '5학년생' 급증…취업난에 졸업 미루는 청춘들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7.01.01 15: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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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대학교 5학년생 급증…취업난에 졸업 미루는 청춘들
대학생 장하람 씨(28, 가명)는 본인을 ‘대학교 5학년’이라 말합니다.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한 지 오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아직까지 졸업을 미뤘습니다.

이런 사정은 장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졸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5 대학별 졸업 유예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졸업요건을 채우고도 졸업을 연기한 대학생은 1만7,000명이나 됩니다.관련 사진많은 학생들이 좁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졸업을 유예한 뒤 각종 자격증, 토익, 인턴, 공모전 등 스펙 쌓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요소는졸업 시점이라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이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이내일 경우 졸업예정자와 선호도가 비슷했지만, 졸업 3년이 지나는 시점부터는 급격히 불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졸업유예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14억 원에 달한다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집계했습니다.

졸업 유예자가 졸업을 유예하지 않고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취직했을 때 사회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추산한 것으로, 2007년(2068억원)에 비해 크게 상승했습니다.

■ 이 와중에 잇속 챙기는 대학

학생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학년’이 되고 있는 와중에 대학은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수업을 들으라고 강요했고, 심지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돈을 받는 일부 대학도 있었습니다.

졸업 유예제를 운영하는 전국 107개 대학 중 70개교는 졸업유예기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을 듣도록 해 등록금을 받았습니다. 이들 대학이 이렇게 졸업유예생으로부터 거둔 돈은 모두 35억여 원입니다.관련 사진교육부는 졸업 유예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도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어서 학생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 졸업 예정자 선호하는 기업관행 개선해야

졸업유예자가 양산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하늘에 별 따기’와 다름없어진 취업 시장에서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이 때문에 졸업 시점을 기준으로 한 기업의 채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요한 것은 능력이나 인성이지, 졸업생인지 졸업예정자인지 여부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관련 사진또 대학에선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유예자에 대해서도 학업이나 취직과 관련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때 졸업자와 수료자(졸업 유예자)는 재학생과 달리 이용료를 부과해야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대학은 연간 1만5,000원 하던 도서관 이용료를 10만원으로 올려 “졸업자와 졸업유예자를 푸대접한다”며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취업난 속에서 ‘대학 5학년’을 택한 청춘들의 설움이 깊어가는 겨울입니다.

(기획, 구성 : 윤영현,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