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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산양 지킨' 문화재위원회…'초라한' 환경부

[취재파일] '산양 지킨' 문화재위원회…'초라한' 환경부
개발위협으로 서식지에서 쫒겨날 뻔한 ‘설악산 산양’을 지킨 것은 환경부가 아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였다. 산양뿐 아니라 다른 동·식물의 보금자리도 다행히 무사하게 됐다. 문화재위원회는 2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현상변경허가’ 건을 부결시켰다. 
설악산 산양
케이블카 사업 신청 장소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인데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함께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 위원회의 부결사유는 케이블카 건설 공사와 운행으로 동물과 식물, 지질, 경관 등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심의를 맡은 천연기념물분과위원들은 동물, 식물, 지질, 경관 등 4개 분야 소위원회의 평가의견에 대해 10명의 위원 중 누구하나 이의를 달지 않고 부결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류 결정을 내렸고, 깊이 있는 검토와 신중한 결정을 위해 4개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달 초까지 4개월간 집중 조사를 벌였고, 지난 22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현상변경허가’를 이번 달 문화재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사업을 불허하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에서 해발 1,480미터인 끝청 하단까지 3.5km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워준 것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였다.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공원계획변경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설악산이 케이블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뒤 2012, 2013년 연속 두 차례나 노선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켰지만 세 번째 신청에 7가지 조건을 들어 결국 손을 들어줬다. 공원위원회 결정은 케이블카를 둘러싼 찬·반 갈등에 불을 당겼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
환경단체를 비롯한 반대 주민들과 찬성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갔지만 사업자인 양양군은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하며 사업추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12월 24일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부터 부실조사 논란에 휩싸였고, 양양군은 지난 7월 원주지방환경청에 본안을 접수했지만 전문기관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은 본안 검토의견에서 “산양 및 멸종 위기종, 법정보호종에 대한 정밀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도 미흡하다”며 케이블카 사업이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같은 검토의견을 토대로 지난 11월 초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요구했고 양양군은 평가서 보완작업을 진행 중인 상태이다. 초안에 이어 본안도 부실작성 의견이 나왔지만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설악산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설명자료
당시 기자실을 찾은 원주지방환경청장은 “반려할 만한 부실 사유에 해당 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경규 환경부장관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초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결정한대로 시범사업을 하는 조건을 충족했다면, 이미 승인했는데,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30년간 행정을 해본 입장에서 그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산양을 고려하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공원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케이블카 사업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입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상반된 결정에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똑같은 사업대상지를 놓고 왜 이렇게 평가와 판단이 엇갈린 것일까? 심사를 맡은 공원위원회와 문화재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공원위원회는 20명의 위원 중 정부와 민간에서 각각 10명씩 참여하고, 위원장은 환경부 차관이 맡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 10명은 모두 민간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판단과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경부는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초라하고, 궁색해진 입장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할 책무가 있는 부처로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그것이 설악산 산양과 동·식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첫 길이며 든든한 환경지킴이로 다시 태어날 약속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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