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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통신 공룡' 퀄컴, 갑질은 이제 그만∼

[리포트+] '통신 공룡' 퀄컴, 갑질은 이제 그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1위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퀄컴(Qualcomm)에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은 공정위가 지금껏 부과한 과징금 중에서 역대 최고액입니다. 퀄컴의 국내 관련 매출 2.7%에 해당해 공정위 과징금 상한액(매출의 3%)에도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28일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퀄컴에 시정 명령과 함께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퀄컴이 기술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화웨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해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과도한 특허료를 거뒀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공정위의 판정은 전 세계 스마트폰과 반도체 시장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퀄컴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이 회사가 어떤 곳이고 그간 한국에서 어떻게 막대한 수익을 챙겼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퀄컴’이란 어떤 기업일까요? 공정위는 왜 퀄컴에 막대한 과징금을 매긴 걸까요? 이번 조치로 국내와 세계 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요? 이번 리포트+에서 찬찬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퀄컴은 미국의 ‘통신 공룡’ 기업

퀄컴은 ‘미국 IT산업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퀄컴은 전 세계의 통신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10대 중 7대에 퀄컴의 통신용 칩이 들어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지난해 퀄컴이 올린 매출은 전 세계에서 챙긴 특허료와 통신용 칩 판매 수익 등을 포함해 251억 달러(약 30조3,660억)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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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8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작은 벤처기업으로 출범한 퀄컴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우리나라의 역할이 주요했습니다.

퀄컴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기술을, 한국이 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퀄컴의 도약에 크나큰 힘을 실어준 겁니다. 물론 한국 휴대전화 산업 역시 퀄컴의 성장세와 맞물려 함께 커나갈 수 있었습니다.


■ ‘퀄컴의 봉’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한국

그러나 문제는 퀄컴이 CDMA를 상용화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특허권과 점유율을 이용해 장기간 국내외 이동통신 시장에서 ‘슈퍼 갑질’을 했다는 겁니다.

퀄컴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일면서 ‘퀄컴세’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스마트폰이 한 대 팔릴 때마다 퀄컴이 판매액의 3~5%를 특허 사용료로 챙겨 가면서 탄생한 말입니다.

퀄컴은 특히 한국에서 막대한 퀄컴세를 챙겼습니다. 한국이 퀄컴의 ‘물주’ 역할을 톡톡히 한 겁니다. 지난해 퀄컴의 매출 중에서 무려 20% (약 5조~6조 원)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내 IT기업들은 “퀄컴이 휴대전화 생산의 원천기술인 표준필수특허(SAP) 사용권을 남용해 폭리를 취한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년 4개월 전인 2014년 8월 퀄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8일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퀄컴의 ‘갑질 횡포’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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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화웨이 등 휴대폰 제조사에 통신용 반도체를 팔 때 특허 사용권을 묶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받은 겁니다.

특히 계약을 맺을 때 퀄컴은 특허료를 받으면서 상대 휴대전화 제조사가 보유한 특허는 무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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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 반도체 회사에서 퀄컴에 특허 사용 요청을 해도 이를 거절하거나 제한했다는 겁니다.

표준필수특허의 경우 특허권자는 특허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표준필수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차별 없이(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표준화기구 확약(프랜드ㆍFRAND 원칙)을 어긴 겁니다.

특허를 보유한 모회사 퀄컴은 자회사인 퀄컴CDMA테크놀로지스만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통신용 반도체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공정위는 퀄컴에 조처를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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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가 퀄컴만을 유일한 수혜자로 만드는 ‘폐쇄적 생태계’를 ‘개방적 생태계’로 돌려놓기 위한 근본적인 시정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 업체들은 어떤 반응?

일단 국내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은 퀄컴 제재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휴대전화 판매 가격의 3~5% 수준인 로열티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반도체 업체들이 통신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가격 하락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퀄컴 측은 공정위의 판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퀄컴의 돈 로젠버그 총괄부사장은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사실과 다를뿐더러 시장의 현실을 무시했다”면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퀄컴 측은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시정 명령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앞으로의 전망은?

이번 퀄컴 제재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애플이나 화웨이 등 한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해외 기업과의 계약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판정했기 때문입니다. 퀄컴에 대해 비슷한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타이완, 유럽연합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이번 제재가 퀄컴 위주로 돌아가는 휴대전화 시장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와 함께, 한 · 미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 무역주의를 들고 나온 상황에서 추후 한국에 대해 통상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통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퀄컴 자체로만 보면 타격이지만, 애플·인텔 같은 다른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실제로 이번 퀄컴 제재를 위한 조사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애플과 인텔 등 미국 기업들도 퀄컴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는 등 연합전선을 펼쳤습니다.

(기획, 구성 : 윤영현,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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