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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최순실'부터 '주사아줌마'까지…청와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리포트+] '최순실'부터 '주사아줌마'까지…청와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한국에서 발간되는 지도와 국내 포털사이트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국방부 국가중요시설 지정 및 방호 훈령에 따라 “가”급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된 곳이 있습니다.

“가”급 중요시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름이 올라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입니다.
지도에서 보이지 않는 청와대
청와대는 보안상의 이유로 국내 지도에 지워져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청와대가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 겁니다.

포털사이트나 지도 앱에서 청와대 주소인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1’을 검색해도 뜬금없이 다른 장소가 나오거나,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옵니다.

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곳’, 청와대. 그런데 철통 같은 보안을 중시하는 청와대에 예측하지 못했던 인물들이 드나든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 ‘보안손님’에게 개방된 청와대

청와대에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고 드나든 사람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2차 기관보고였습니다.

이날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가 청와대의 ‘보안손님’이며, 이들의 출입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시인한 겁니다.
청와대의 보안손님들
보안손님은 대통령이 요구한 중요한 사적 손님으로 인적 사항을 묻거나 기록하지 않는 청와대 ‘프리패스(free pass)’로 불립니다.

보안손님의 존재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지난 14일에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에서 청와대에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출입한 인물들이 또 등장한 겁니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가 “자문의에 임명되기 전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직접 태반주사를 시술했다”고 밝혔고, 최순실 씨 단골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역시 “청와대에 몇 차례 들어가 대통령을 진료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들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에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최 씨는 2013년 3월부터 청와대를 무단출입했는데, 당시 이 행정관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미용사와 주사아줌마까지…

청와대에 출입한 인물들은 외부 의료진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행적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는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가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위해 출입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청와대는 이제까지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인원이 없다고 해명해왔습니다. 하지만, 미용사 출입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미용사는 계약직으로 정무비서관실 소속이라서 외부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주사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오늘(29일), 박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에 출입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인물을 찾아냈습니다.

대통령의 ‘보안손님’을 출입시켰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2013년 4월경, 정호성 당시 부속비서관에게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문자메시지가 오간 시각은 밤 10시 전후입니다.

특검팀은 대통령이 오후 6시 일과시간 이후 주로 관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해, ‘주사 시술’이나 ‘기치료’가 박 대통령에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출입한 인물이 '주사아줌마'로 불렸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인물이 지속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죠.

특검팀은 ‘주사아줌마’에 대해 최순실 씨의 연관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최 씨의 가사와 육아를 맡은 도우미들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 씨 집에 주사기와 태반 앰풀 등이 한 상자씩 보관돼 있었다. 주사 아줌마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찾아와 주사를 놓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 청와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보안손님’부터 ‘주사아줌마’까지 거리낌 없이(?) 드나든 청와대는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에게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청와대 측은 국가 보안 시설임을 내세워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습니다. 검찰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청와대 관련 자료를 넘겨받는데 그쳤습니다.

민간인이 청와대에 방문하려면 ‘청와대 관람’을 신청해야 하는데, 까다로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모든 장소를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청와대를 소개하는 홍보관이나 손님을 맞이하는 영빈관 등만 방문이 가능하죠.

최근 9차까지 이루어진 촛불집회에서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 허가를 받았지만, 청와대 근처에서의 시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그만큼 보안이 중시되는 국가 시설인 겁니다.

그러나, 보안을 잘하는 것과 사유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청와대에 국정과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이들이 출입 기록도 없이 드나든 것을 보면서, 국민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정을 돌보는 장소인 청와대는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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