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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2만 원' 없으면 못 간다?…거세지는 한라산 입장료 찬반 논란

[리포트+] '2만 원' 없으면 못 간다?…거세지는 한라산 입장료 찬반 논란
2017년 10월 어느 날, A씨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납니다. 제주도 여행 필수 코스로 알려진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에 방문했죠.

제주도 여행 경험이 있었던 A씨는 한라산 입구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른 기준으로 2만 원씩 입장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산일출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만 원을 내고 입장료를 구매해야 했죠.
어른 4명이 한라산을 가려면 8만원이 든다?
성인 4명으로 구성된 A씨 일행은 입장료만 한라산에서 8만 원, 성산일출봉에서 4만 원 총 12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A씨 일행이 겪은 상황이 지금은 가상의 상황이지만,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라산은 입장료 없이 주차료만 받고, 성산일출봉은 어른 기준 2천 원을 입장료로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두 지역 입장료는 각각 2만 원, 1만 원으로 인상될 수도 있습니다.

■ 무료에서 2만 원으로, 갑자기 왜?

지난 15일 '제주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은 한라산국립공원 입장료를 1인당 '2만 원 이상'을 받도록 제주도에 권고했습니다.

성산일출봉의 입장료는 1인당 '1만 원 이상'으로 권고했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관계자, 도 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환경자산의 가치를 보전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수요 억제를 통해 관광문화의 품격을 향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200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 탐방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해 한라산을 오른 탐방객 수는 125만 5천 명, 성산일출봉에는 301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탐방객이 몰려 주사, 화장실, 오수처리 문제 발생
탐방객이 몰리다 보니 주차, 화장실, 오수 처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제주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
“현재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관광객 수가 지나치게 많아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입장료를 내게 하면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입장료 수익으로 환경보전기금을 마련해 관광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워킹그룹은 입장료 인상의 근거로 세계자연유산지구의 평균 입장료를 제시했습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세계자연유산지구 40곳의 평균 입장료는 2만4천 원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황산 약 3만8천 원,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약 3만3천 원, 미국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약 1만7천 원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미국이나 중국 등의 세계자연유산을 보더라도 무료입장을 하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죠.

■ 한라산에 120억이 지원됐다는데?

제주도는 워킹그룹의 권고를 토대로 여론을 수렴해 내년 하반기인 7월부터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에 대한 입장료 현실화 방안을 확정해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세계자연유산 보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입장료 대폭 인상이라는 방안에는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입장료 인상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한라산 2만 원 성산일출봉 8천 원이라는 인상 폭도 너무 크고, 갑작스럽다는 겁니다.

입장료 인상 반대 측은 “제주도가 워킹그룹의 권고에 따라 무조건적인 수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요금 인상률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반대의 또 다른 이유는 입장료를 2만 원으로 인상하려는 한라산에 국비와 도비가 지원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라산에는 국비와 도비가 지원되고 있다는데...
한라산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국립공원처럼 환경부에서 매년 일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50억 원가량의 국비가 지원됐고, 여기에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도비까지 합치면 한라산에 책정된 예산은 120억 원에 달합니다.

내년 예산은 130억 원가량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북한산 탐방객 수는 637만 명, 설악산 탐방객 수는 282만 명에 달합니다. 두 지역 모두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125만 명이 다녀간 한라산이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관광지라는 특수성이 있더라도, 관광객 관리가 어려워 입장료를 올린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탐방예약제를 도입해 관광객 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입장료 현실화해 관광 수요를 조절하고 환경도 보전한다."
"예산 지원받는데 2만 원은 과하다. 탐방객 수요 조절에 다른 방법도 있다."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종 결론은 어떻게 나올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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