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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터뷰 - '태극낭자 변신' 독일 썰매 아가씨 "한국 루지 발전 돕고 싶어요"

[취재파일] 인터뷰 - '태극낭자 변신' 독일 썰매 아가씨 "한국 루지 발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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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루지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 인터뷰

평창 올림픽을 위해 영입을 추진했던 독일 여자 루지 선수 에일린 프리쉐(24세)가 특별 귀화 절차를 모두 마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프리쉐는 지난 16일 특별 귀화의 마지막 절차인 법무부 면접을 통과했습니다. 이후 여권과 주민등록증 등 한국인으로서 필요한 각종 증명서 신청으로 분주한 한 주를 보내고 지난주 금요일(12/23) 월드컵 출전을 위해 독일로 출국했습니다. 프리쉐가 태극마크를 달고 데뷔전을 치르는 무대는 다음달 5일 독일 쾨닉세에서 열리는 월드컵입니다. 프리쉐가 국내에 머무는 동안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6개월이 넘게 걸렸던 특별 귀화 절차를 모두 마치고 이제는 한국인이 된 프리쉐는 홀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만남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진솔하게 질문에 답했습니다. 프리쉐는 한국어로 또박또박 다음과 같이 자신을 소개하며 포부를 밝혔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에일린 프리쉐입니다. 저는 25살이고 독일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입니다. 저는 루지 선수입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얻고 싶습니다."

다음은 영어로 진행한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Q) 한국어는 언제부터 배웠나?
- 5개월 전부터 독일 드레스덴에서 배웠습니다. 인천에서 온 한국인 유학생 친구에게서 한국어의 기초를 배웠고 이후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언어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배우게 됐습니다.

Q) 한국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 귀화 제의를 받기 전부터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 했습니다. 저의 언니가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저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아직은 한국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훨씬 많지만 한국의 대중문화를 통해서 조금씩 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드레스덴에는 한국 식당도 있어서 종종 찾았는데 불고기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Q) 좋아하는 한국 음악과 가수는?
- 당연히 K-POP입니다. 저는 빅뱅 팬입니다. 한국 드라마도 인터넷에서 독일어 자막이 들어간 것으로 보는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킬미 힐미'입니다.

Q) 한국에 머물면서 받은 인상은?
- 귀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3차례 왔고 기간으로는 한 달 이상 머물렀습니다. 한국인들은 정말 친절하고 공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항상 저를 미소로 대해줬어요. 서울의 날씨는 여름에는 매우 더웠는데 겨울 추위는 제가 살았던 독일과 비슷하네요. 그리고 서울은 정말 사람도 많고 큰 도시인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나고 자라온 도시는 알텐베르크라는 소도시로 인구가 2,000명 정도 밖에 없어요.

(알텐베르크에는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경기장 트랙이 있어서 프리쉐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썰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서울과 평창 두 곳만 가봤어요. 앞으로 더 많은 도시에 가보고 싶어요. 특히 부산, 대구, 제주도에 가보고 싶어요.

Q) 올림픽 경기가 열릴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어땠나?
-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는 아직 공사 중이었습니다. 지난번 마지막에 갔을 때는 직접 트랙에서 썰매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대체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조금 난이도가 낮은 트랙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년 2월 평창에서 열릴 루지 월드컵과 평창 올림픽이 기대돼요. 그 때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평창 트랙을 직접 경험할텐데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매우 기대되고 흥미로운 경쟁이 될 것 같아요.

(썰매 종목에서 홈 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대개 트랙 난이도가 높은 것이 좋은데 프리쉐는 난이도가 생각보다 낮아서 다소 아쉬워하는 뉘앙스였습니다.)
여자 루지 에일린 선수
Q) 한국에서의 꿈과 목표는?
- 저의 목표는 당연히 평창 올림픽에서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꼭 메달을 따서 저의 귀화를 허가해준 한국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정말 기대되고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한국 귀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 독일에서 2015년 시즌 시작 직전에 은퇴했어요. 독일에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서 충분한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독일 챔피언은 곧 세계 챔피언이거든요. 독일 내부 경쟁에서 밀리면서 충분한 지원과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어요. 그런 점이 너무 슬펐어요. 그리고 루지에 대해 흥미를 잃었고, 동기 부여도 안 됐어요.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어요. 은퇴 이후 한국 루지 연맹으로부터 루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 마음이 없느냐며 귀화 제의를 받았어요. 새로운 코치와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느냐고. 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어요. 그 전부터 한국 음악과 영화, 한국 음식을 접하며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그게 한국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몇 달간 고민하다가 한국 루지연맹측과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귀화하면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지, 어떤 썰매를 사용할 수 있는지 등 훈련 여건과 장비 지원 등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들었고 제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독일에서 은퇴했을 때 저는 기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기회를 준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하게 됐어요.

Q) 한국 루지는 세계 정상권인 봅슬레이-스켈레톤에 비해 뒤처지는데 어떤 도움을 주고 싶나?
- 루지는 봅슬레이-스켈레톤과 달라서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루지는 봅슬레이-스켈레톤에 비해서 기본기와 경험이 더 요구된다고 봅니다. 독일 루지 선수들은 대개 유소년 시절에 루지를 시작합니다. 저는 11살에 시작했는데 그것도 독일에서는 매우 늦은 편이었어요. 제가 루지를 시작할 때 독일이인 코치가 "너는 이미 늦었으니 안 하는게 낫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그 정도로 루지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 선수들은 대개 18살 이후에 시작하니까 매우 늦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세계 정상권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이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루지를 시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기본기를 더 착실히 다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표팀의 동료 선수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소년들에게 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어요. 그리고 썰매 장비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올림픽용 귀화'가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 프리쉐는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한국 루지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정보를 전수하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프리쉐는 이미 지난달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우리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을 해와서 우리 선수과도 친해졌고 훈련 환경에도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 대표팀 감독이 독일인 사터 스테펜씨여서 스테펜 감독으로부터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쉐는 다음달 2차례 월드컵(독일 쾨닉세, 라트비아 시굴다)과 세계선수권(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고 2월 18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입니다. 프리쉐는 태극마크를 달고 시작할 '제2의 인생'이 너무나 설레고 기대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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