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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2016 경제 키워드…공포·금리

[차茶경제] 2016 경제 키워드…공포·금리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어느 해보다 무겁습니다. 국내는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주며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세계 경제 전체를 봐서도 올해는 다사다난한 격동의 한 해였습니다.
브렉시트, 트럼프, 유가 하락과 관련된 그래픽
지난 한 해 세계 경제를 키워드로 되돌아봅니다. 공포와 금리라는 키워드입니다.

공포를 키워드로 잡은 건 올 한해 세계 경제에 충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경제에 대한 공포가 몰아쳤던 상황 때문입니다. 연초 저유가 공포가 있었고 브렉시트 공포가 뒤따랐죠. 트럼프탠트럼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에는 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같은 공포가 가득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결국은 지나친 호들갑이었던 셈입니다. 세계 경제의 또 다른 화두는 금리였습니다. 한켠에서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느라 바빴고 다른 한켠에서는 금리 인상의 시기를 고민하는 엇갈린 화두였습니다. 결국 연말에 단행된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 경제에 금리 정책의 전환을 예고하며 새해를 맞게 했습니다.
공포 키워드 그래픽
1. 먼저 공포라는 키워드로 한해 경제를 되돌아볼까요?

새해 첫 금융시장부터 공포가 몰아쳤던 상황이었죠? 중국발 경제 불안의 충격이 새해 첫 거래일부터 세계 금융시장에 공포감을 몰고 왔습니다. 위안화 급락이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건데. 중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완전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그 파장은 세계 증시를 휘청거리게 했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바닥없는 추락까지 겹쳤습니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졌고 월가에선 상반기 중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로 떨어진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공포를 키웠습니다. 연초 한 달 가까이 세계 금융시장은 이렇게 중국발 경제불안과 저유가의 충격이 몰고 온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당시에 이런 분석도 나왔습니다. 시티그룹 투자전략가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 달러 강세와 저유가 때문에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신흥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세계경제가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갇혔다"라는 경고를 던졌습니다.
브렉시트의 공포 그래픽
2. 6월에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공포가 세계를 얼어붙게 했었죠?

설마하니 영국인들이 자국의 경제를 망가뜨릴 거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결정을 내리겠느냐, 이런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브렉시트 결정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층격과 공포를 던져줬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발표되던 순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침 열리고 있던 아시아 금융시장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졌고 시장에는 공포만 가득 했습니다. 미국 다우지수도 600포인트 넘게 추락했고 공포지수는 5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브렉시트가 단순히 영국의 경기 침체를 넘어 EU 체제의 불안과 남유럽의 재정위기,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거다, 이런 우려가 몰고 온 공포였습니다.

트럼프의 공포 그래픽
3. 얼마 전 미국 대선 결과가 몰고 왔던 공포도 아직 생생합니다. 브렉시트 공포 못지않았는데요.

예측 불가능한 성격과 극단적인 정책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은 트럼프 쇼크였죠.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탠트럼’, '트럼프 발작’이라는 신조어로 공포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당선되면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올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현실화될 것 같은 공포였습니다.

개표 시간에 열리고 있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트럼프 당선 결과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했습니다. 주식시장, 외환시장 모두 요동치며 패닉에 빠져들었습니다. 당일만 해도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질 거로 보였습니다.


4. 연초부터 세계 경제의 흐름을 공포 키워드로 돌아봤는데 지나고 보니 이런 공포들이 결국은 호들갑이었던 셈 아닌가요?

1월 내내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중국 경기 불안과 저유가 공포였는데 그렇게 걱정하던 상황까지는 안 갔죠. 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만 하더라도 지금 50달러 선을 회복하지 않았습니까?
공포가 크게 영향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그래픽
브렉시트 공포도 며칠을 가지는 못했습니다. 공포에 떨던 금융시장이 며칠 만에 정상 흐름을 되찾았고 우려했던 영국 경제의 3분기 성장률도 예상보다는 훨씬 좋게 나왔습니다. 체코 같은 다른 EU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 움직임도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트럼프 쇼크는 당일 반짝하고 끝났습니다. 언제 트럼프 당선을 걱정했냐는 듯 지금 미국증시는 오히려 트럼프랠리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당장이라도 세계 경제를 곤두박질시킬 것처럼 걱정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지나친 기우였던 겁니다.


5.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래도 당시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붙었으니까 공포가 확산됐을 텐데요.

공포는 퍼 나를수록 강해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포를 키우는 건 현재의 나쁜 상황 자체보다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입니다.
실제보다 과장된 공포를 표현하는 그래픽
원유 가격의 하락이 현재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보다 앞으로 원유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죠.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예견하는 경제 비관론자들을 닥터둠이라고 지칭하는데 현재 상황이 힘들수록 실제 경제적 요인보다 이런 비관론자들의 위기론이 더 그럴싸하게 포장돼 힘을 얻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한번 볼까요. 극단적인 발언과 정책공약에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가 '트럼프는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란 공포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세금 삭감, 규제 완화, 재정 지출 확대 같은 트럼프의 트럼프의 친기업적 정책은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데, 이런 면은 외면했던 겁니다. 경제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죠. 아프면 약으로 치료를 하듯이 공포를 불러오는 요인에 대한 대응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유가공포 때 산유국의 감산 합의라든지, 브렉시트 공포에 EU 각국의 정책공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트럼프의 바뀐 언행 등이 공포 요인을 누그러뜨린 면도 있는 겁니다.
금리 키워드 그래픽
6. 올 한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화두였던 금리얘기를 해 볼까요? 일본이나 유럽은 금리를 내리기 바빴던 반면에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를 고민하는, 이렇게 엇갈리는 방향에서 금리가 화두였던 것 같아요?

경제 회복의 성과가 나라마다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유럽은 여전히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했고 어느 정도 경기 회복의 성과를 거둔 미국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던 거죠. 일본과 유럽 여러 나라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다 내리다, 나중에는 마이너스금리까지 도입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경기회복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고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가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이미 금리 인상의 기조로 돌아선 미국은 언제 금리를 올리냐가 관심이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설이 돌 때마다 금융시장이 한 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미루고 미루던 금리 인상이 결국 연말에 단행이 됐죠. 내년에 공격적인 금리인상까지 예고를 해놓고 있습니다. 초저금리가 이끌던 세계 경제의 흐름이 이제 바뀌는 분기점에 들어선 셈입니다.


7. 올 한해 세계 경제를 공포와 금리, 두 개의 키워드로 풀어서 설명을 했는데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이 두 키워드가 겹쳐져 있는 거 같아요. 금리인상에 따른 공포가 커지는 거 아닌가요?

우리 경제의 뇌관이죠, 1,300조원까지 커진 가계부채가 금리인상과 맞물려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리가 1% 올라가면 전체 가계의 이자부담도 연간 11조원 늘어날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한데 소비여력이 더 줄어드는 만큼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게 되죠. 현재 저금리에서도 힘들게 돈을 갚아온 가구들은 부채상환 능력을 잃게 될 것이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주택 처분에 나서면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 경제에 퍼펙트스톰이 몰려온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퍼펙트스톰은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 가계 빚이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8. 앞서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공포 사례들처럼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퍼펙트스톰도 나중에 기우가 되기를 바래야겠네요.

경제도 생물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앞으로 정책적 대응이라는 약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시점인 겁니다.앞서 정리한 일시적 공포로 끝났던 상황들처럼 이번 금리인상 발 가계부채 공포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서는 나중에 호들갑이었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데,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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