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를 조작해 파문이 일었던 광주의 한 사립여고에서 한 학생이 학교의 무성의한 대응을 비난하고 교사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배포했습니다.
26일 오전 광주의 모 사립여고에서는 '학교=사회의 축소판'을 몸소 보여주시는 다수의 S 여고 선생님들께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A4 용지 1장 분량의 글이 뿌려졌습니다.
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글은 필자를 밝히지 않은 채 "최근 정치, 경제, 교육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분노하고 있지만 적어도 다수의 S 여고 선생님들만큼은 분노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 글에서는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대다수의 학생이 면접과 관련해 교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특정 학생은 여러 교사의 도움을 받아 특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글에서는 "면접과 관련한 주의 사항을 전혀 듣지 못했지만, 이 상황과 대조적으로 어떤 한 친구는 여러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그 '친구'의 담임 선생님은 그 친구만을 위해 생활기록부를 보며 면접 질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각자의 꿈을 향한 3년 이상의 노력은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던 타인의 생활기록부와 성적 조작 때문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며 "인생의 큰 부분에 악영향을 미친 학교는 현재까지 학생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고 적었습니다.
교사들에 대해선 "수많은 기사와 소문으로 인해 불안을 호소해도 학교 상황을 설명해주는 선생님은 단 한 분도 없었으며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거나 학생 입장에 서서 저희의 감정을 헤아려 주시는 분도 없었다"며 "오히려 수능을 두 달 앞둔 9월, 선생님들께서는 조사를 받느라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학교에 대해서도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곳인가?"라고 묻고 "이런 사회가 싫고 이런 학교도 싫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 10여 명을 선발해 대입 수시 전형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생활기록부를 임의로 수정해 교장 A씨와 교사 B씨 등 2명이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