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로 취임 4년을 맞았다.
그는 2012년 12월 자민당 총재로 중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해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 총리에 올라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 미일동맹 강화 등에 힘을 쏟아 일정 부분 성과를 이끌어냈다.
다만 그가 강조했던 디플레 탈피나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 등은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쟁점의 향후 진행 추이에 따라 2018년 9월로 만료되는 자신의 임기 연장 여부, 또 자신의 최대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는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평화헌법 개정 문제의 향배도 갈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아베노믹스 기치·미일동맹 공고…지지율 고공행진
일단 지금까지 아베 총리는 순항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올해 들어 50% 전후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정권 운영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11월 들어서는 3년만에 60%를 돌파했다.
또 지난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을 합쳐 과반수를 얻으며 중·참의원에서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는 등 선전했다.
올들어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등 아베노믹스도 어느정도 성과를 나타내자 "일본은 정치도 경제도 안정되고 있다"(아베 총리), "정치는 결과다"(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라는 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 외교의 가장 중요한 축인 미일동맹도 종전 민주당 정권에 비해 아베 정권들어 더욱 공고해졌다.
여기에 그의 보수 편향 노선도 일본 사회의 보수화 바람과 맞물리면서 지지율 제고로 이어졌다.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폭지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거론하며 "정권 발족 당시에 비하면 대단한 차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정권교체로 출범한 민주당 정권에서 미일관계가 다소 긴장 상태였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 아베 정권은 미일동맹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안보관련법도 지난해 국회에서 제정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7일 오후(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습 희생자에 함께 헌화하고 추모하는 것으로서 공고한 미일동맹을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베 정권의 취약점도 속속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소비세 인상(8→10%)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17년 4월에서 2019년 10월로 2년반 연기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에서 한차례 연기했던 것을 두번째로 연기한 것이다.
그동안 아베노믹스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었다.
이는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로 제시안 2% 달성 시기를 계속 미룬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2% 달성 시기를 종전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서 2018년도쯤으로 늦췄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재임 중(~2018년 4월) 2% 달성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 트럼프·푸틴 변수에 한국 외교 불투명…장기집권·개헌 고비될 듯
아베 총리에게는 내년이 장기집권 및 개헌 로드맵 달성 여부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음달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과 안보·경제 면에서의 조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전격 회동해 미일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합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주일미군 주둔비 일본측 부담 확대 문제나 아베 총리가 공을 들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 입장은 공고하다.
이달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방영토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문제도 아베 총리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번 회담에서 그가 공언해 온 북방영토 귀속 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아 국내에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공동 경제활동 문제를 둘러싼 후속 협의도 과세권 등을 둘러싸고 난항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일 외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간 합의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 정치 상황에 따라 아베 총리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올 수도 있다.
물론 아베 총리는 이들 과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서 정국을 주도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현안의 향배에 따라서는 별다른 당내 경쟁자가 없이 4년 내내 독주해 온 아베 총리의 당 장악력에도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솔솔 나오고 있다.
자민당 중진 인사는 교도통신에 "일단은 아베 정권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도 "아베 총리 정권의 안정에는 (무기력한) 야당의 도움을 받은 부문도 크다. 앞으로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아베 정권의 장래가 밝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