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국정농단 청문회의 '랜선 실세'…"사이다는 시민들"

[리포트+] 국정농단 청문회의 '랜선 실세'…"사이다는 시민들"
이른바 '최순실 청문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오는 26일 1997년 한보 청문회 이후 19년 만에 '구치소 청문회'가 열리면 다음 달 15일까지인 국조특위 활동시한에 따라 다른 청문회는 없이 종료되지 않을까라는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청문회에서는 시민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평가입니다.

시민들은 문자메시지나 SNS 등을 통해 청문위원들에게 증인의 발언을 반박할 수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직접 제보했습니다.

참여 민주주의를 방불케 하는 시민들의 기여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증인들의 허를 찌르며 청문회의 한 축으로 기능했습니다.

시민들의 '사이다 제보'가 '맹탕 청문회'의 위기에서 청문회를 구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빛을 발한 순간을 되짚어 봤습니다.
관련 사진
지난 7일 2차 청문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태도는 마치 '철옹성' 같았습니다. 김 전 실장은 청문위원들의 어떤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최순실을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라는 별명답게 처신하던 김 전 실장이 돌연 "제가 나이가 들어서…(기억하지 못했다)"며 "최순실이란 이름은 못 들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김 전 실장을 당황하게 한 것은 한 시민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제보한 동영상이었습니다.

박 의원이 제보받은 영상은 지난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의 검증 청문회 현장의 모습입니다.

영상 속에서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은 당시 박근혜 예비후보와 최태민 씨의 약혼설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며 '최 씨의 딸인 최순실 씨와 그의 재산취득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는 발언을 하고 있었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이자 법률자문위원이었던 김기춘 전 실장이 자료를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최순실을 전혀 몰랐다는 김 전 실장의 발언이 크게 흔들리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발굴해 박 의원에게 곧바로 제보한 시민은 이른바 '주갤러',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 이용자들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국정조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가 이 동영상을 발견하고는 김 전 실장의 위증 근거를 박 의원에게 건네준 겁니다.
관련 사진
어제(22일) 5차 청문회에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어졌습니다.

한 시민의 제보는 '태블릿PC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 의원은 내내 "위증교사 의혹은 허위 주장이자 기획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며 관련된 이야기만 계속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완영 청문회라고 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그런데, 다시 박영선 의원이 오후에 한 시민의 제보라며 이 의원과 최순실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함께 술자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이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이완영 의원과 이경재 변호사가 함께 있는 식사 자리 사진입니다. 왜 청부 질문이 가능한지 이제 의문이 풀렸는데요. 이경재 변호사가 처음에 태블릿 PC가 최순실 것이 아니라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이경재 변호사가) 이완영 의원에게 그 부탁을 했던 거고요. 국정조사에서 그걸 밝혀달라, 거기에 정동춘·박헌영, 이런 분들이 액세서리로 등장하는 거고요."
관련 사진
이뿐 아닙니다. 서늘한 눈빛을 지닌 '키맨', 우병우 전 수석도 시민의 제보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우 전 민정수석은 청문회장에서 자신과 함께 온 '지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진에 포착된 인물이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의경에서 제대하는 날 찍힌 사진에도 나와 있다는 사실이 시민의 제보로 드러난 겁니다.

이번 활약의 주인공도 '주갤러'였습니다.

김성태 위원장이 해당 인물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이 사람은 '이정국'이라는 사람으로, 그저 '지인'이란 관계는 넘어서는 사람이었습니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이정국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의 전무이자 장인인 이상달 회장의 사촌 동생으로서 화성 땅의 차명 당사자다. 강남의 땅 넥슨과의 거래 정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 전 수석이 군 내 사조직인 '알자회'의 배후이고, 최순실 씨와 연관성이 있다는 제보들도 이어졌습니다.
관련 사진
이렇게 시민들의 제보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랜선 실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넷망(랜, LAN)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청문위원들에게 제보하는 시민들을 뜻하는 것으로, 최근 논란이 된 '비선 실세'에 빗댄 말입니다.

이번 청문회는 우리 시민들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대선후보들의 생중계 토론을 검증하는 실시간 팩트체크가 부럽지 않다는 정도의 평가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시민들의 모습처럼 의원들과 특검도 철저한 조사로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겁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