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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배우 김민희를 잃을 순 없다

[김지혜의 논픽션] 배우 김민희를 잃을 순 없다
2016년 영화계를 돌이켜볼 때 배우 김민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단과 언론과 대중에게 김민희는 화제의 인물이었다. 어떤 이슈와 관점과 견해에서 보더라도 말이다. 배우 김민희는 만개했고, 인간 김민희는 다사다난했다.  

배우에게 상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무형의 보상으로서 그보다 값진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배우가 최선의 연기를 펼치고, 보너스와 같은 수상을 내심 기대한다.

지난 11월 25일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부분은 여우주연상이었다. 이날 영예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열연을 펼친 김민희에게 돌아갔다. 이름은 호명되었으나, 배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어딘가에서 TV로 시상식을 보여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김민희는 트로피는 수령했지만, 상금은 기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제대로된 영화 시상식이 없는 실정에서 청룡영화상은 그나마 가장 공정한 시상식으로 꼽힌다. 물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수상 결과도 있지만, 시상식 후 채점표를 공개하고 선택의 이유를 밝힌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청룡영화상 측이 공개한 채점표에서 김민희는 전체 9명의 심사위원 중 7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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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이지만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장 이해가 가는 수상 결과였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인 심사의 특징을 고려하더라도 김민희는 올해 가장 앞자리에 설 수 있는 배우였다. 그만큼 '아가씨'에서 보여준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아가씨'가 국내를 넘어 해외 각종 시상식과 평단으로부터 '올해의 영화'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주역인 김민희에 대한 칭찬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부터 개봉 전 시사회, 개봉 후 극장에서 총 세 차례 '아가씨'를 관람했다. 매번 각기 다른 지점에서 이 배우에게 감탄했다. 순수와 퇴폐를 오가며 신분의 굴레와 시대에 억압에 도전한 히데코는 독창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팜므파탈이었다. 김민희와 김태리가 아니었다면 여성의 연대와 성장을 그린 '아가씨'가 이토록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었을까. 

당시 촬영장에서 김민희가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왔다. 복잡한 감정 연기는 물론 노출 연기도 고난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는 배우였다. 김민희도 김태리도 내·외적 전투를 치르며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서도 기억에 남을 명연기를 해내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지난 6월, 충격을 안겨준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진실 여부도 불분명할뿐더러 배우의 사생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특수한 성격을 띠는 울타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논란은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가 못 된다. 우리 사회는 남의 도덕과 윤리에 대해 얼마나 쉽게 재단하고 평가하기를 좋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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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열린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이현승 감독은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김민희의 이름을 호명했다. 주인공은 불참했지만 시상자는 "외적인 상황이 있어서 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감독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연기와 영화적 열정에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고 외쳤다. 감독들이 뽑은 여우주연상이었기에 주홍글씨 아닌 주홍글씨가 박힌 김민희에게 이 수상과 지지발언의 의미는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감독 개인의 사견일 뿐 충무로 전체의 입장이라 볼 수 없다. 실제로 감독들과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 김민희의 컴백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감독들은 김민희의 컴백에 환영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작사나 투자사 측에서는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과 인지도 하락으로 인해 쉽사리 긍정의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결국 힘있는 감독이나 제작자 등 현장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배우의 기용을 강력히 주장해야 컴백도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행동에 나설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김민희가 본인의 입으로 불륜을 인정한 적 없듯 활동 중단이나 복귀 계획 등 근황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한 설(舌)은 분분하다. 다만 복귀에 대한 논의는 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이토록 뛰어난 배우를 잃을 순 없지 않은가.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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