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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박싱데이 개봉 임박… 첼시 우승 굳히기?

[EPL] 박싱데이 개봉 임박… 첼시 우승 굳히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한 시즌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일주일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박싱데이다.

2016/17 시즌 박싱데이의 최대 화두는 첼시의 우승 굳히기 여부. 17라운드까지 승점 43점을 쌓은 첼시는 2위 리버풀(승점 37점)을 승점 6점 차의 큰 간격으로 따돌린 상태다. 더욱이 첼시는 박싱데이 첫 경기인 18라운드 본머스전부터 연승 기록을 추가할 때마다 구단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지금까지 첼시가 리그에서 기록한 최다 연승은 11승. 2008/09 시즌 히딩크 감독, 2009/10 시즌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세운 대기록이다. 첼시의 전성기를 열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은 2005/06 시즌에 거둔 10연승이 최다 기록이었다.

놀랍게도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이 기록을 첼시에서 지휘봉을 잡고 보내는 첫 시즌에 이뤄냈다. 지난 1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이미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 고지에 올라섰고, 박싱데이 결과에 따라서는 일찌감치 우승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첼시가 직전 2015/16 시즌 말미, 전임 주제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 등으로 한 차례 큰 폭풍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구단 입장에서는 불과 한 시즌 만에 '무리뉴 흔적'들과 작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계속된 연승으로 선수단의 긴장감이 다소 저하될 수도 있는 상황에,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혹독한 일정까지 겹치면서 일말의 불안감까지 모두 배제할 수는 없지만 첼시에게는 확실히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더욱이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던 2009/2010 시즌 이후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박싱데이를 전후해 리그 1위 자리를 지킨 팀들은 대부분 우승을 차지했다. 예외는 2013/14 시즌 딱 한 차례뿐이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체제가 출범한 이래 한 번도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리버풀은 2013/14 시즌 박싱데이를 앞두고 리그 1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치열한 트로피 경쟁 끝에 해당 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맨체스터 시티(승점 86점)였다. 리버풀은 승점 2점, 간발의 차로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2013년 12월 27일, 그 시즌 박싱데이 빅매치에서 리버풀은 우승 경쟁을 벌이던 맨시티에 2-1로 패했고, 이 패배는 끝내 우승 목전에서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통계를 프리미어리그 체제로 전환한 1992/93 시즌까지 확대하면 총 24번의 시즌 동안 박싱데이에 1위를 차지한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경우는 12번이나 된다. 다만 이 결과는 전후 맥락을 파악할 필요도 존재한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전반기 12년 동안에는 무려 9개 팀이 박싱데이에 1위를 하고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변수도 많았고, 빅4 팀들 간의 경쟁 역시 치열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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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 시즌 첼시가 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2년 동안에는 단 3 차례의 시즌만 우승 판도가 틀어졌다. 거대 규모의 재정 투자가 EPL에 유입되면서 팀들 간 격차가 커졌고, 우승 경쟁 구도를 시즌 막판에 뒤집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간의 시즌 동안 박싱데이에 1위를 차지하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팀은 아스날과 리버풀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최근 12년 동안 박싱데이에 1위를 하지 못하고도 시즌 막판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팀은 어디일까. 박싱데이 1위에 올라 있던 팀을 제치고 막판 역전 우승에 성공한 팀은 2007/08 시즌의 맨유, 2008/09 시즌의 맨유 그리고 2013/14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다. 맨유는 2006/07 시즌부터 3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대업을 달성했는데 이 중 두 차례나 박싱데이 1위가 아니었다.

그에 반해 리버풀은 박싱데이에 1위를 하고도 두 차례나 우승을 놓친 불운의 팀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2013/14 시즌 맨시티에 1위를 넘겨준 것 이외에도 리버풀은 2008/09 시즌 역시 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싱데이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해당 시즌 우승 트로피는 리버풀(승점 86점)에 승점 4점 앞선 맨유(승점 90점)의 몫이었다.

EPL 클럽들에게 박싱데이 기간에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결국 해당 시즌 그 어떤 순간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투자가 확대되고, 선수 유입도 늘어나 리그 수준의 상향 그리고 평준화가 진행된 EPL 무대에서 가장 혹독한 기간인 박싱데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팀이 누구보다 먼저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맨유, 맨시티 같이 프리미어리그 체제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가진 몇몇 팀이 아니라면 넘볼 수 없는 영역에 가깝다. 최근에는 맨유마저 이런 위용을 잃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박싱데이를 전후해 1위를 지키고도 끝내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한 아스날과 리버풀이 감당하고 있는 '불운'의 여파가 얼마나 큰 것인지 또한 그간의 통계들을 통해 그대로 입증된다고 볼 수 있다. 두 팀은 각각 10년 넘게(아스날) 혹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한 차례도(리버풀)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아스날은 20년 넘게 팀을 이끌어 온 벵거 감독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으며 축구종가에서 가장 화려한 전통을 자랑하는 팀 중 하나인 리버풀은 '빅클럽이 아니다'는 조롱과의 인연을 여전히 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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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다음날을 일컫는 영국 연방국가들의 휴일을 부르는 말이다.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여러가지 물건들을 박스에 담아 이웃에 전달하는 오래된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부터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 박스를 풀어 보는 날이라는 속설까지. 최근에는 선물보다는 휴일의 의미가 더 커지면서 이 기간 진행되는 스포츠 이벤트가 가장 큰 화두가 됐다. 특히 EPL에서는 연말, 연시 휴가가 이어지는 12월 말 박싱데이를 전후해 가장 치열한 일정이 진행된다. 연휴와 빅매치가 겹치면서 박싱데이는 EPL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됐다.

다만 어떤 경우든 '박싱데이'를 만끽할 수 있는 팀은 하나다. 1위라는 박스를 안고 돌아가는 팀이다. 이변이 없는 한 그 박스 안에는 우승 트로피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리그 11연승 파죽지세를 구가하고 있는 첼시는 2016/17 시즌 박싱데이 마지막 일정으로 내년 초인 2017년 1월 5일, 런던 연고 최대 라이벌 토트넘 원정길에 오른다. 또 하나의 박싱데이 빅매치는 2017년 첫 날인 1월 1일 치러지는 2위 리버풀과 3위 맨시티의 경기다.

리그 1위라는 선물을 안고 돌아가게 되는 것은 어떤 팀이 될 지, 첼시가 박싱데이에도 3연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리그 우승 판도를 굳히게 될 지. 독일, 스페인 등 여타 유럽 리그들이 연말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눈은 당분간 EPL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박싱데이 TOP 6 클럽 일정 (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1위 첼시   18R - vs 본머스 (홈, 12/27)
           19R - vs 스토크 시티 (홈, 1/1)
           20R - vs 토트넘 (원정, 1.5)
2위 리버풀 18R - vs 스토크 시티 (홈, 12/28)
           19R - vs 맨체스터 시티 (홈, 1/1)
           20R - vs 선덜랜드 (원정, 1/3)
3위 맨시티 18R - vs 헐시티 (원정, 12/27)
           19R - vs 리버풀 (원정, 1/1)
           20R - vs 번리 (홈, 1/3)
4위 아스날 18R - vs 웨스트 브로미치 (홈, 12/27)
           19R - vs 크리스탈 팰리스 (홈, 1/2)
           20R - vs 본머스 (원정, 1/4)
5위 토트넘 18R - vs 사우스햄튼 (원정, 12/29)
           19R - vs 왓포드 (원정, 1/1)
           20R - vs 첼시 (홈, 1/5)
6위 맨유   18R - vs 선덜랜드 (홈, 12/27)
             19R - vs 미들즈브러 (홈, 1/1)
             20R - vs 웨스트햄 (원정, 1/3)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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