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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인도' 진실게임 ①

프랑스 감정팀 "한국 검찰, 터무니 없다"

"한국 검찰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다!"

검찰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프랑스 감정팀이 성명을 내놓았다. 애초 이 감정팀은 '미인도'의 진품 가능성을 0.00002%라며 사실상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성명'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자기들이 개발한 다중 스펙트럼 카메라로 그림을 1650개 단층으로 쪼개어 분석하는 기법으로 유명한 회사이다. 지난 2004년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내 화제가 된 업체이다. '미인도' 감정에는 고소인인 천 화백의 둘째딸 김정희 씨의 요청에 따라 참여하게 되었다. (약 7,500만 원이 드는 감정비용도 고소인 측에서 부담하였다.)

뤼미에르 측은 지난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옥션 전시공간에 특수카메라를 설치하고 '미인도'를 비롯해 천 화백의 진품(전문가들이 이견없이 '진품'이라고 인정한 작품) 10점을 동일한 조건으로 심층 촬영을 하였다. 이후 한 달여 동안의 분석 끝에 '위작'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미인도' 감정 모습

그런데, 뤼미에르가 감정 결과를 내놓고 한 달쯤 지나 검찰이 이와는 정반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검찰은 뤼미에르 측이 "애초 자신들이 홍보한 심층 분석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뤼미에르가 사용한 계산식을 다른 진품 그림에 적용했더니 진품 가능성이 4%대로 아주 낮게 나왔다"며 뤼미에르 측의 결과를 깎아내리다시피 하였다. 

그러자 뤼미에르 측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뤼미에르 측은 성명서에서 무엇보다 '심층 분석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비난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뤼미에르의 63쪽에 달하는 보고서 중 35~42쪽에 수록된 '코의 데생' 부분을 보면 그림의 가장 깊은 심층에서 2개 단층(5, 15층)과 중간층에서 3개 단층(157, 172, 212층)의 이미지를 추출해 비교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며,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뤼미에르만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코는 인물화에서 중앙에 위치하는 디테일로 작가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K5(미인도)의 코 부분은 검은색으로 진하고 두껍게 그려져 있다. 다른 진품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에 대해 뤼미에르 측은 다른 작품에서는 그림이 변화를 거듭하며 진전하고 구축되어 가는 추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미인도에서는 변화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뤼미에르 측의 분석 "코의 데생"

뤼미에르 팀은 또, 검찰이 자신들이 사용한 계산식을 다른 진품에 적용했더니 "진품 가능성이 4%대"로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다"고 밝혔다. 자신들은 지난 1989년 설립한 뒤 이 분야에서 나름 '뼈가 굵은' 업체로 그동안 축적된 전문적 기술과 경험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은근히 검찰을 비꼬았다. 최신 장비나 소프트웨어도 없는 검찰이 이미 '구닥다리'가 된 X선, 적외선 촬영에만 의존해 결과를 도출한 건 "지극히 비과학적, 비논리적, 주관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미인도'의 '진품' 주장 근거로 '장미와 여인'이라는 진품에서와 비슷한 스케치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스케치는 과학 감정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근거라고 비판하였다. 스케치는 위작자가 어디서 본 기억만 있다면 얼마든지 흉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미와 여인, 1981년 작

뤼미에르 측은 원래 '미인도' 감정 결과를 내년도 국제과학저널에 수록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미 파리 소르본느 대학 연구팀과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이라고 '칭송'받았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한 바도 있다. 

그래서인지 뤼미에르 팀은 만약 필요하다면 한국을 다시 방문해 검찰, 국립현대미술관 관련자들과 함께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사실 뤼미에르 팀의 연구는 물리적, 수학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문과 계열 인사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이 귀띔하였다. 아마 국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5명이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한다. 

고소인인 유족 측 뿐만이 아니라, 감정업체인 뤼미에르까지 유감을 표시하고 나서면서, 25년 동안 지속된 '미인도' 진위 논쟁은 '끝난 게 끝난 게 아니'게 되었다. 작가도 이미 작고한 뒤여서, 이 '진실게임'은 더욱 지리멸렬하게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2016.12.19 8뉴스 관련기사] ▶ 감정방식, 다른 작품에 적용하니…"진품 가능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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