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학생 없어 존폐 위기 시골 고등학교…"50∼60대 농부들이 구했다"

학생 수가 줄어 존폐 위기에 놓인 시골의 한 고등학교가 고령의 만학도들이 입학하기로 하면서 위기를 넘기게 됐다.

21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고흥군 과역면에 있는 영주고등학교는 내년 신입생 16명 유치해 최소 학급 구성 인원 15명을 겨우 넘겼다.

1968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올해까지 6천500여명을 배출했지만,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해 현재 1학년과 3학년 두 개 학년에 32명의 재학생이 있으며 2학년은 학생이 없어 학급이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학교 측이 관내 중학교를 돌며 고교 입학 대상자를 조사해본 결과 8명으로 집계돼 최소 학급 인원 15명을 채우지 못할 형편이었다.

이에 이강선 교장 등 교직원들은 중학교 학력인정과정을 운영하는 고흥평생교육관을 찾아 내년에 졸업 예정인 만학도 10명을 설득하고 나섰다.

1주일에 사흘만 나와 오전에만 수업했던 주민들은 정규 고교 과정에 입학해 매일 등교하는 것에 관해 부담을 느꼈으나 학교의 다양한 지원 얘기를 듣고 결국 9명이 입학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근에 사는 주민 1명이 의사를 밝혀 결국 10명을 채웠고, 중학교 졸업예정자 4명과 자동차 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지원한 재수생 2명을 포함해 16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미장원을 운영하는 한 주민도 입학을 원했지만, 손님이 찾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입학하기로 한 만학도는 50대에서 60대로 대부분 농사 등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학교 측은 농번기에는 결석해도 인정해줄 방침이다.

통상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 1만 출석하면 돼 60일 정도는 결석해도 무방하다.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들은 영어와 한문, 컴퓨터를 더 배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고는 이들을 위해 컴퓨터실을 개방하고 한 교실에서 수준별로 나눠 수업할 계획이다.

또 교복을 입고 싶어하는 학생을 위해 남·여 교복을 교실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강선 교장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사실 깜짝 놀랐다"며 "학생이 없어 자칫 문을 닫을 위기에 입학을 선뜻 해주신 만학도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불편한 점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어 "읍내에 있는 고교는 겨우 정원을 넘기고 있지만, 시골 학교는 사실 어려움이 많다"며 "일단 학교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 만큼 내년에도 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