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01세 할아버지가 아동 성범죄 혐의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영국 역사상 최고령 범죄자입니다.
영국 중부 버밍엄 형사법원 리처드 본드 판사는 19일(현지시간) 피고 랠프 클라크가 1974~1983년 "체계적인" 성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본드 판사는 "피고가 연약한 노인이지만 분명한 대목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회개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선고를 시작하면서 나이와 쇠약한 건강을 고려하겠지만 중대한 범죄여서 중형밖에는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배심원단은 지난 16일 클라크에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트럭운전사였던 클라크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두 소녀를 상대로 한 21개 성범죄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 자신은 수사 과정서 드러난 한 남자아이를 상대로 한 9개 성범죄 혐의만 인정했습니다.
판사가 선고에 앞서 혐의사실을 낭독하는 동안 방청석에 있는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고 BBC 방송은 전했습니다.
한 피해 여성은 당시 이후 사랑받고 있거나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고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고 본드 판사는 전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작년 8월 두 명의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와 어릴 적 성범죄를 당했다고 신고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클라크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들을 담은 페이스북 포스트들을 보고 그를 알아봤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클라크를 체포해 수사를 벌였고, 당시 소녀인 이들을 상대로 수년에 걸쳐 자신의 집과 트럭 등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엠마 페논 경정은 101세의 노인을 재판에 회부해서 얻는 이득이 뭐냐는 질문에 "아이들을 다치게 한 이를 처벌하지 않는 날은 공익에 들어맞지 않는 날"이라며 "그의 나이가 그가 했던 짓을 막아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담당 검사인 클레어 니콜스도 클라크가 40년 넘게 처벌받지 않고 무사히 살아올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희생자들의 용기 덕분에 피고를 정의의 심판에 세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