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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군 특급시설 EMP 방호 시설은 안녕한가

[취재파일] 군 특급시설 EMP 방호 시설은 안녕한가
806 사업이라는 군 비밀사업이 있습니다. 합참 지휘통제실과 함께 핵심적인 전쟁 지휘소인 관악산 지휘통제실, 3군 본부가 모여있는 계룡대의 지휘통제실, 자운대의 위성 운용국에 전자기파, 즉 EMP(Electro Magnetic Pulse) 방호시설을 설치하는 공사입니다. EMP는 전자 회로를 모두 태워버리는 전자기파로 핵 폭탄이나 EMP탄이 터지면 발생합니다. 북한은 핵 미사일뿐 아니라 EMP탄도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EMP 공격을 받으면 유무선 통신은 두절되고, 미국의 실험 영상을 보면 날아가던 드론과 달리던 자동차가 회로 손상으로 멈춰섭니다. 지난 2003년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로 진격할 때도 EMP탄을 터뜨려 이라크 군 수뇌부의 눈과 귀를 멀게 한 뒤 무혈입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군 특급시설에 EMP 방호설비를 장착하는 것은 대북 방어의 기본입니다.

201 사업, 그러니까 합참 청사 신축 공사 중 지하 지휘통제실 EMP 방호 공사는 비리로 얼룩진 부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 16일 자 취재파일 ▶ [취재파일] 합참 EMP 방호 부실…덮고 또 덮고) 806 사업은 어떨까요? 지난 6월 완공해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습니다. 806 사업 역시 방호 기준은 허약하고,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선정 때부터 수상한 일들이 잇따랐습니다.
EMP 공격 가상도
● 코오롱과 한신공영의 이전투구…한신공영의 역전승

806 사업은 2012년 사업 공고가 떴습니다. 코오롱은 공고가 나기 전부터 EMP 방호에 전력투구했습니다. 코오롱의 오너가 육군사관학교에 삼성, SK텔레콤에 버금가는 거액의 후원금을 냈고, 미국의 EMP 전문가를 스카우트했습니다. 국내 EMP 전문기업의 기술자들을 싹쓸이해서 실력을 급조했습니다. 핵심 기술자들을 뺏긴 EMP 전문기업은 영세업체라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도급 순위가 많이 밀리는 코오롱이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는데 기막힌 일이 벌어집니다. 사업자 선정의 첫 과정은 건설업체들을 도급 순위별로 줄을 세우고 순위에 따라 7개 업체씩 묶어 A, B, C, D 4개 군으로 나눈 뒤 1개 군을 고르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덩치와 기술이 있는 A군, B군에게 일이 돌아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군이 업계 순위가 가장 뒤지는 코오롱이 속한 D군을 사업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에게 복이 온다?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골랐다지만 귀신에 홀린 듯했습니다. 

코오롱이 806 사업을 가져가나 했는데 이때 같은 D군의 한신공영이 뛰어들었습니다. EMP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미국 전문가를 한신이 빼앗아 가면서 판이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신공영은 최종 입찰 과정에서 평가위원인 해군 장교에게 1,000만원을 건넸고, 기밀자료를 보안 장소 밖으로 내돌려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코오롱을 밀어내고 806 사업의 승자가 됩니다. 이 정도 불법행위는 그냥 눈 감아주는 군입니다.
[취재파일] 군 특급시설 EMP 방호 시설은 안녕한가
● 화려한 돈 잔치와 부실기업의 참여

806 사업비는 1,400억원입니다. 한신공영은 이 가운데 1,000억원을 뚝 떼어내 바위를 깨고 설비를 설치할 장소를 내는 토목공사에 투입했습니다. EMP 방호 공사인데 EMP 방호에는 400억원만 들어갔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입니다.

게다가 한신공영은 EMP 방호 기술이 없습니다. EMP 방호 시공은 하도급에 맡겼습니다. 삼아디오에 170억원, 삼진일렉스에 24억원, KT에 37억원씩 일을 나눠줬습니다. 400억원-(170억원+24억원+37억원)=169억원. 한신공영은 손에 흙 한톨 안묻히고 169억원을 가져갔습니다. 하도급 업체들도 손해 보고 공사하지 않습니다. 실제 EMP 방호 공사에 들어간 돈은 200억원이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공사를 제대로 해내면 다행인데 하도급 업체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삼아디오라는 업체는 201 사업의 합참 지휘통제실 EMP 방호공사를 부실하게 한 업체입니다. 공사를 주관하는 국방부 시설본부장에게 사업 청탁을 하며 8,000만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삼아디오는 806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806 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8,000만원 뇌물 혐의가 드러나기 전입니다. 삼아디오가 806 사업에서 배제된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삼아디오 대신 들어온 업체는 재하청 업체에 일을 맡겼습니다. 엉망입니다. 꼬일대로 꼬인 806 사업은 지난 6월 완공해야 하는데 현재도 공사 중입니다. 이들 업체들이 공사를 완벽히 해낸다 한들 EMP 방호능력이 나오느냐? 16일자 취재파일에서 밝혔듯이 방호성능 기준이 고고도, 지상 폭발 EMP를 막을 수 있는 100dB에서 고고도 EMP만 차단하는 80dB로 낮춰졌습니다. 그나마 201 사업의 합참 지휘통제실은 준공 4년 만에 80dB 성능도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밥에 그 나물인 806 사업의 EMP 방호성능이 어느 정도일지 대단히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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