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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청와대의 '사법부 사찰'?…문제가 되는 이유

[리포트+] 청와대의 '사법부 사찰'?…문제가 되는 이유
"청와대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사찰을 한 적이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청와대는 오늘(16일), 논란이 되는 ‘한 가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바로 어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제기된 '청와대 사찰 의혹'입니다.

4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정윤회 문건'에 대해 다뤄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 증인인 정유라 씨와 정윤회 씨는 청문회에 불출석했죠.

그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에 이어,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대법원장의 등산과 지방법원장의 관용차

4차 청문회에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조 전 사장은 지난 2014년 11월,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불러일으킨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이후 2015년 해임됐습니다.

조 전 사장은 ‘정윤회 문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상태였습니다. 조 전 사장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뜻밖의 문건들을 제출했습니다.

조 전 사장이 공개한 2개의 문건은 각각 A4용지 반 페이지 분량이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이 문건들을 ‘정윤회 문건' 이외에 미공개 상태였던 8개의 문건 가운데 2개라고 밝혔습니다.
① '大法院(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 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
첫 번째는 양승태 대법원장에 관한 문건이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일부 언론에서 양 대법원장이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 시간에 등산을 떠난다'는 내용의 비판 기사를 준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에 양 대법원장이 당혹스러워하며, '일과 종료 후 출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는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②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大法官(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
두 번째 문건은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이었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최 방송통신위원장이 관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적혀 있었습니다.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도움을 요청해 눈총을 받는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죠. 소설가 이외수 씨 등 지역 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이 문건들이 양 대법원장과 최 방송통신위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라며, "청와대가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조한규 / 전 세계일보 사장]
"사법기관에 대해서 끊임없는 사찰을 해서 약점을 잡고 있다가 적절할 때 활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그랬을 겁니다.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된, 명백한 국헌문란입니다.”
■ 헌정질서 유린한 사법부 사찰?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기관 수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은 청와대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국기 문란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헌정질서(憲政秩序)란, 헌법에 따른 정치 질서를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뿐만 아니라 삼권분립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은 국가 권력을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으로 나눈 것으로 어느 한쪽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서로 간의 견제를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

행정부인 청와대가 사법부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헌정질서 유린 행위가 됩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 전 사장의 폭로에 대법원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제 오후, 대법원 조병구 공보관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 공보관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기에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문건 작성 주체가 확실히 밝혀지면 관련 법령 위반되는 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병구 / 대법원 공보관]
"만일 법관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이는 사법부를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는 법원을 구현하고자 하는 헌법정신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문건에 등장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당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사회적 논란과 물의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승태 / 대법원장]
“굉장히 놀랄 일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문건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라고 해명했고, 세계일보는 "해당 문건은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조 전 사장이 보도 외 목적으로 활용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 ‘동향보고’에 불과하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제출한 문건에는 '대외비'라는 직인과 함께 '차'라는 워터마크 표시가 찍혀 있었습니다.

2개의 문건 각각에는2014년 2월 7일, 2월 10일로 파기 시한도 명시돼 있었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해당 문건의 작성자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건을 복사하면 원문에는 나타나지 않는 워터마크 표시가 드러나는데, 이는 국정원이 문건 작성에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복사하면 드러나는 워터마크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건에는 파기 시한을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국정원은 조 전 사장이 폭로한 문건에 대해 "현재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동향보고' 수준에 불과한데, 사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감찰이라든지 동향보고는 특별한 사안들을 기록해서 보고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 문건은 그냥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들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만약 해당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국정원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훈 / 새누리당 의원]
“만약에 국정원에서 작성했다면, 국정원법으로는 동향이나 정보 수집도 못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정원법 3조에 있는 직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직무가 아닌 일을 권한을 가지고 한 ‘직권남용’입니다.”
최근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청와대가 사법부를 통제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대법원장 사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부터 사법부 사찰 의혹까지, 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현 정권의 의혹은 언제쯤 끝을 보이게 될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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