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엄마, 아빠 결혼해서도 부탁해요!"…신(新)캥거루족 등장

[리포트+] "엄마, 아빠 결혼해서도 부탁해요!"…신(新)캥거루족 등장
프랑스에서 2001년 만들어진 영화 ‘탕기(Tanguy)’를 아시나요?

독립할 나이가 된 ‘탕기’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탕기는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자친구까지 집에 데려와 데이트를 즐기는 등 부모의 속을 썩입니다.

탕기는 부모 집에 얹혀살려는 30대 아들과 아들을 내보내려는 부모 간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프랑스에서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결혼도 미룬 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세대를 ‘탕기’라고 부르죠.
프랑스 영화 '탕기'
부모에게 경제적 이유 등으로 얹혀사는 세대를 뜻하는 말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합니다.

미국에서는 중간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트윅스터(Twixter),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의미로 키퍼스(kippers),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만 먹으려 한다는 뜻의 맘모네(mammone) 등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캥거루족을 뭐라고 부를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세대를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1년여를 보내는 캥거루에 빗대 ‘캥거루족’이라고 부릅니다.

■ 캥거루족에서 신(新)캥거루족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업 등으로 부모 집에 얹혀사는 성인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일컬었다면, 최근에는 ‘신(新)캥거루족’이 등장했습니다.

신캥거루족은 결혼해 가정을 이룬 다음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를 의미합니다.
신캥거루족의 등장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구실태조사에서 신캥거루족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에 달했습니다.

1985년과 2010년 비교했을 때, 기혼자녀와 부부가 함께 사는 2대 가구가 5년 새 4.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증가 수치에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하고도 부모와 함께 사는 신캥거루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결혼 후 안정될 때까지 함께!

신캥거루족의 증가는 자녀의 양육관 변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13일, 육아정책연구소는 전국 20~50대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연구’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양육관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2008년 조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008년엔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는 시기에 대해 62.6%가 ‘대학 졸업까지’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년 전에는 10명 중 6명이 부모가 자녀를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겁니다.

하지만 올해 ‘대학 졸업까지’라는 답변은 43.9%로 급감했습니다. 대신 ‘취업까지’란 응답이 14.7%에서 23.6%로 증가했습니다.

‘결혼까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0.2%에서 12%, ‘결혼 후 안정될 때까지’는 0.6%에서 3%로 늘어났죠.

8년 새 취업 문제와 늦은 결혼 때문에 성인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려는 부모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연구 결과
2008년과 비교해 최근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초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뿐만 아니라 스펙 쌓기와 같은 자녀의 취업준비 비용과 결혼 자금, 결혼 이후의 생활비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고 있는 겁니다.

[문무경 / 육아정책연구소 국제연구협력실장]
“부모에 대한 성인 자녀의 경제적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캥거루는 1~2년을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다가 부모의 품을 떠납니다.

하지만 현시대의 부모들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자녀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자녀들은 떠나지 못하는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 세대들, 녹록치 않은 세태가 낳은 또 하나의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