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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길라임? 최보정?…대통령의 '진짜' 이름을 찾아서

[리포트+] 길라임? 최보정?…대통령의 '진짜' 이름을 찾아서
‘가명(假名)’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나 연예인은 종종 필명(筆名)이나 예명(藝名)을 씁니다. 자신만의 주관이나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도 있고, 본명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죠.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가명으로 활동했던 것처럼, 자신의 본명이 알려지면 보복을 받거나 차별을 당하는 등 곤란한 상황을 피하고자 본명을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명은 범죄에 악용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하는 범죄자들은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가명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습니다.

가명을 사용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인데요. 요즘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도 가명, 별명 등 유독 실명을 숨긴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길라임'과 '최보정'이라는 이름으로 가명 진료 의혹에 휩싸인 상태죠. 오늘 '리포트+'에서는 가명, 별명, 호칭 속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 영화 속 등장인물 같은 별명들

‘선생님, 최 여사, 판다, 조카, 호호 아줌마’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재미있는 별명과 호칭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을 대신했던 명칭입니다. 서로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호칭이거나, 특징을 담은 별명도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생님’으로 불렸습니다.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죠.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일부 문건에 대해 “최 선생님께 컨펌(확인)했는지” 묻는 문자가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겁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는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예, 선생님”이라고 답한 통화 내용도 발견됐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정리하면서, 최 씨를 ‘최 여사’로 표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이 제3자 앞에서 최 씨에게 존칭을 사용해왔다는 점 등을 보면 청와대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 최 씨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순실의 수행비서? 김종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판다’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최 씨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붙인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육계 실세’로 알려진 김 전 차관에게 동물로 별명을 정해준 부분에서, 이들이 서로 매우 친밀한 관계이거나 최 씨가 김 전 차관을 아랫사람처럼 대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영태 씨는 "김 전 차관이 최 씨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최순실의 조카로 불리던 고영태
최순실 씨에게 고영태 씨의 호칭은 ‘조카’였습니다. 대통령의 대리 처방 의혹을 받는 차움의원 내 헬스장에 고 씨가 회원으로 등록할 때, 최 씨가 고 씨를 자신의 조카로 소개한 증언이 나온 겁니다.

현재는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카’라는 호칭을 통해 최 씨와 고 씨가 과거 매우 가까웠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김경숙 학장은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 ‘호호 아줌마’로 불렸습니다.

한 동료 교수는 “잘 웃고 항상 싹싹해 ‘호호 아줌마’로 불렸는데, 결국 그게 부정한 로비의 자산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병원에서 사용된 가명들
최순실을 모른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최순실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씨의 단골 병원으로 알려진 차움의원에서 실명을 쓰지 않고 ‘KKC’라는 가명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겁니다.

특히 김 전 비서실장은 차움의원의 VIP로, 최 씨가 진료를 받은 기간과 같은 시기에 병원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명
박근혜 대통령도 가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차움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대리 처방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길라임'이라는 가명 외에 다른 가명인 '최보정'으로 성형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최 씨의 또 다른 단골 병원인 김영재 성형의원에서 ‘최보정’이라는 가명이 발견됐습니다. ‘최보정’이란 이름으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136차례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보정’이라는 가명은 최 씨가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료 기록상 생년월일이 최 씨의 생년월일인 1956년 6월 23일과는 다른 날짜가 등장합니다.
‘최보정 1956년 2월 2일’
박 대통령의 생년월일이 1952년 2월 2일입니다. 56년생인 최 씨와 2월 2일생인 박 대통령을 합쳐 최보정이란 가공인물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진료 기록에 가명을 사용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최보정’이란 가명을 사용한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시술을 받았고, 처방된 주사의 종류는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순간부터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대통령.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대통령은 자꾸만 다른 ‘이름’으로 국민 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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