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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트럼프의 전화 한 통과 '중국의 역린'

[리포트+] 트럼프의 전화 한 통과 '중국의 역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일 타이완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 미국 대통령과 타이완 총통 간 통화는 37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 사실이 공개되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중국은 관영 언론 등을 통해 타이완에는 경고를, 미국에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존중하라며 반발했습니다.
[12월 4일 자 환구시보(環球時報)]*그래픽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하지 않은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통화를 했다. 타이완이 '사소한 동작'(小動作·장난질)을 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교묘하게 규정을 피해 이를 접수한 게 이번 사안의 실상이다.”
중국이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한번 중국의 속을 긁어놓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무역이나 다른 분야를 두고 중국과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검토할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중국은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한층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역린은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로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의미하죠. 군주가 노여워하는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중국에 역린인 이유,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트럼프의 외교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정리해봤습니다.

■ ‘하나의 중국’이란?

'하나의 중국'이란, 중국 대륙과 타이완, 홍콩, 마카오는 나누어질 수 없고,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는 하나라는 것이죠. 문제는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가 ‘어디’냐는 겁니다.

중국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지지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란 등식입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바로 중국이란 겁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나라에 이런 원칙을 수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며, 타이완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주장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타이완은 자신이 '하나의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1971년 UN에서 중국 대표로서의 지위를 중국(중화인민공화국)에게 넘겨 주면서, 국제적으로 강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1972년 미국과 중국은 ‘상하이코뮈니케’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1972년 미국과 중국은 ‘상하이코뮈니케’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상하이코뮈니케는 1972년 3월,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입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 미-중 관계 정상화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당시 소련의 팽창 정책에 맞서 미국이 중국에 손을 내밀어 두 나라가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했고 미국은 1979년, 카터 행정부에서 타이완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화했습니다.

트럼프의 타이완 총통과의 통화, 뒤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인 연원이 깔려 있습니다.

여기에 타이완이 국제사회에서 독립적인 국가로 대접받을 경우, 중국 내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등 소수 민족의 독립운동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하나의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의도는?

① ‘대북 압박’의 지렛대?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도 그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꺼내든 ‘타이완 카드’가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분석합니다.

중국이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에 더 협조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렛대 삼아 대중 압박을 지속해 갈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또 이런 시도에 대해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국이 타이완 문제의 현상 유지를 위해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의 요구를 좀 더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트럼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북한 해법을 두고 덜 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② ‘경제·외교 선점’을 위한 견제구?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우리는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 대형 인공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선 안 된다.”
트럼프의 행보를 경제·외교 등의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견제구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역, 환율,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하나의 중국’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식에 타이완 대표단을 초청했다가, 이듬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상하이사회과학원 성주위안(盛九元) 타이완연구센터장은 "트럼프가 복잡한 정치적 문제에 사업가적 술책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③ '친(親)러 반(反)중' 행보?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되도록 방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기조가 '친(親)러 반(反)중'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행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러가 미국에 맞서는 외교 구도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것이죠.

‘친러 반중’의 외교 기조가 현실 정책으로 이어지면,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동북아시아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중국’을 재검토하겠다는 트럼프의 대중 강경노선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습니다.  미·중 관계의 특성상, ‘하나의 중국’을 무시하는 미국에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트럼프가 꺼내든 '하나의 중국' 카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트럼프가 꺼내든 '하나의 중국' 카드.

타이완 카드를 활용한 트럼프의 협상 전술이 좋은 방향으로 효과를 거둔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미-중간의 갈등만 격화된다면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또, 미-중간의 통상 전쟁에 한국이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롭게 대두되는 고립주의 국제질서와 세계 양강의 다툼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는 현명한 외교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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