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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회장님들 안녕하십니까…'경제 신생아'의 회장님 전상서

지난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조특위 청문회에 나오셨던 회장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주에 경제부로 자리를 옮긴 '경제 신입 기자'입니다. 기자생활 십여 년 만에 경제부는 처음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총수분들을 신사업 발표회나 신년 간담회 같은 경제현장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청문회 나오신 총수 아홉 분 중에는 수사기관에서 뵈었던 '구면'인 회장님들이 절반을 넘으시더군요. 그런데 경제부 기자로서 첫 만남도 최순실 청문회가 됐네요. 사회부 기자 시절 회장님들에 대한 기억이, 앞으로는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옛 기억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 정몽구 현대차 회장…반복되는 역사

정몽구 회장님은 제가 대기업 오너 중 처음 뵈었던 분이십니다. 2007년 초여름쯤이네요. 선배 지시로 법원 재판에 처음 들어가게 됐습니다. 회삿돈 7백억 원 횡령에 1천5백억 원 배임 혐의를 받고 있던 정 회장님이 피고인석에 계셨습니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회장님을 구속한 지 두 달 만에 법원에 보증금 10억 원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나신 상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회장님을 위해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던 임원 분들은 여전히 수의를 입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님 사건과 관련해 강골 검사님 한 분이 초년병 기자 눈에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검사 중에 처음 이름을 외웠던 그 검사님, 이번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으신 윤석열 부장검사입니다. 당시 윤석열 검사가 회장님 구속 여부를 고민하던 검찰 수뇌부를 찾아가 사표를 내밀며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 유명한 일화였죠.
정몽구 현대차 회장
그러고 보니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를 하게 될 박영수 특검팀에는 윤석열 부장검사를 비롯해 당시 현대차 수사팀 검사들이 다수 파견되었습니다. 회장님을 구속했던 당시 윤석열 검사팀이 다시 회장님을 조사하고 옛 현대차 수사팀이 다시 현대를 조사하게 되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최순실 게이트의 나비효과, 그 끝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복되는 역사는 또 있습니다.

2008년 회장님은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선고를 받으셨지요. 유명한 '회장님의 법칙'입니다. 이후 많은 비리 총수들이 줄줄이 '징역 3년-집유 5년' 공식에 따라 사실상 법의 처벌을 피해갔습니다. 회장님 선고에 대한 논란부터 대법원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대법원 양형기준으로는 횡령액이 300억 원 이상이면 기본으로 징역 5년에서 8년, 정상 참작해 좀 깎아줘도 4년에서 7년입니다. 징역 3년이 넘어가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지요.
 
형량도 논란이 됐지만 제가 떠올린 건 선고가 끝난 법원 밖 풍경입니다. 법원청사를 나오던 회장님에게 항의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금속노조원들이 현대자동차에서 동원한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모습 말입니다.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 옛 영상도 찾아보았습니다.    

▶  정몽구 회장, 파기환송심서 웃었다…또 집행유예 (2008년 6월 3일 기사)

딱 일주일 전 청문회가 열렸던 국회 출입구 상황이 겹쳐졌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10년이 지나도록 회장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회장님이 입장할 때 시위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갑자기 땅바닥에 '패대기' 수준으로 넘어지고 안경이 부서지고 폭행당했습니다. 국회 경비대나 방호원 분들은 절대 저렇게 하실 분들이 아니신데, 국회 경내에서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후배 기사를 보니, 역시나 현대에서 동원한 사람들이었네요. 10년 세월 동안 현대차에서 달라진 건 무엇인지요.

  ▶ 청문회 때 시위대 폭행…밝혀진 남자들 정체 (2016년 12월 13일 기사)

박영수 특검팀이 입주한 '대치빌딩'은 지상 1층과 지상 3층에 입구가 하나씩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은 없다고 합니다. 지난달 검찰 조사처럼 이번에도 비공개 소환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상 3층 쪽 입구는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어 주요 소환자와 참고인 등의 출입은 여기서 이뤄질 걸로 보이는데요. 최순실 진실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집회 시위가 벌써부터 대치빌딩 주변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대통령의 부탁으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친구의 아빠 회사 KD 코퍼레이션에 10억 원대 일감 납품을 받아준 혐의를 받고 있지요.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회장님은 사돈의 팔촌 넘어가는, 정말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도 호쾌하게 호의를 베푸셨는데요. 현대차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보다는 좀더 아껴야 할 가까운 식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회장님이 특검 출석할 때 역사는 또 반복될 지 지켜보는 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인사드려야 될 회장님들이 많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정몽구 회장님 전상서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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