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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월호 참사 밝히라지만 정작 특조위가 없다

사라진 '마지막 동아줄' 세월호 특조위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7시간 밝힐 수 있고, 하나하나씩 다 고쳐 나갈 수 있잖아요, 잘못된 것. 그래서 너무 좋아요."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한 20대 여성이 기쁨에 가득찬 얼굴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쏟아지는 뉴스들 사이로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대통령의 탄핵이 기쁜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니! 2년 8개월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있는 현실, 그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현 정부 하에서 끊임없이 좌절됐던 쓰디쓴 현실을, 기쁨에 찬 그녀의 입을 통해 새삼 또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304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사건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이 참사의 본질적 문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컨트롤 타워 부재와, 지도자의 책임 부재, 안전시스템 붕괴, 부패한 자본까지 대한민국의 적폐가 드러난 대참사였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바로 잡는 것이 우리 사회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국민 650만명이 서명하고 국회에서 힘겨운 논의 끝에 출범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와 여당에 끊임없이 견제받고 시달렸다. 여당은 특조위를 '세금 도둑'으로 몰았고, 여러 보수 언론들은 동조했다. '대통령의 7시간' 조사 문제를 놓고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사퇴하면서 조사를 방해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을 놓고도 특조위와 정부는 대립했고,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30일 특조위의 활동 종료를 통보했다. 유족들이 진실을 찾아줄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말했던 특조위는 그렇게 사라졌다.



무급여로 임시사무실에서 일하는 특조위

사무실은 비좁았다. 가운데 놓인 테이블 한 개가 사무실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 마포에 있는 YMCA 사무실 한 켠의 방. 특조위 공식 활동은 종료했지만, 이들은 이곳 임시 사무실에서 조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기존 특조위 사무실이 강제 철거돼 쫓겨난 조사관들은 "그래도 이렇게 YMCA가 공간을 빌려줘 일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씁쓸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급여도 없지만, 이들은 묵묵히 아침 9시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엔 전체 회의를 열어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사실관계의 퍼즐들을 맞추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가장들도 있었고, 전에 2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이 문제에 천착하는 조사관들도 있었다. 

특조위는 정부의 견제 속에서도 그간 나름대로의 성과를 냈다. 세월호의 화물량이 2215톤으로 한도보다 1228톤이나 더 많이 실었고, 이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철근이 상당 부분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해경 교신 내용을 분석해, 해경이 실효성도 없으면서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선체 내부 에어포켓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도 SNS상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인위적으로 확산하는 활동이 이뤄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월호 특조위 임시 사무실 모습


● 인양한 세월호를 해수부가 조사? '셀프 조사' 논란 우려 
 
문제는 앞으로 세월호 선체가 인양 되더라도, 이를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세월호 특조위에겐 공식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없다. 현재 상태로라면 세월호 선체 인양을 주관하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이를 조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수부는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이른바 '셀프 조사'를 할 수는 없다. 심지어 그동안 해수부는 특조위의 정상적인 조사활동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4월 해수부가 작성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 관련 대응방향'이라는 문건까지 드러나며 논란은 커졌다. 문건에는 "소모적인 세월호 관련 이슈 확산을 막고 정부의 대국민 신뢰 향상을 위한 대응방향 정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수부가 조사 주체로서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세월호 선체에는 침몰 원인이 숨어있다.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면 선체 개조나 기계적 결함, 과적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조사 주체가 신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나 결과에 대한 조작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특조위 있어야 

대형 참사, 그것도 정부 권력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대형참사가 발생할 경우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한 기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각 영역의 전문가를 포함하여 꾸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미국 911 테러가 그 사례다. 9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는 911테러 관련 정부의 잘못을 확인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 부시조지와 부통령, 백악관을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특조위 내용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조사 과정에 정부 개입 방지 조항을 담아 특조위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했고, 조사 대상에 청와대를 명시하는 등 대상도 명확히 했다. 논란이 됐던 특조위 임기도 명시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의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눈여겨 봐야할 개정안이다.  



탄핵안 가결…끝이 아니라 시작 

대통령의 7시간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풀지 못한 의혹들이 산적해있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 본격적인 진상 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정부와 국가 기관을 상대로 강력하게 조사할 수 있는 기구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국회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모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탄핵안 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회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좌절되고 왜곡됐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 첫번째 과제가 바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하고도 명확한 진상 규명일 것이다. 매주 주말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국민들의 열망에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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