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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60%가 남성"…'혼밥 대비' 요리학원 찾는 남성들

"퇴직 이후 아내가 여행이라도 가면 혼자 라면만 먹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요리학원 직원이 전한 한 중년 남성 수강자의 말입니다.

최근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요리학원에 남성 수강생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요리학원들에 따르면 남성 수강생들은 남편 또는 아빠로서 가족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고 싶어서, 또는 자격증을 취득해 창업하기 위해서 요리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년퇴직을 앞둔 일부 중년 남성들도 적지 않게 요리학원을 찾는 것은 물론 갈수록 늘고 있다고 요리학원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서울요리학원 한 직원은 "2015년 이전에는 수강생 중 남성이 20% 수준이었으나 2015년 초부터 남성 비율이 60%까지 높아졌다"며 "생활요리반 10중 6명이 남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직원은 "최근에는 퇴직 이후를 생각해 요리를 배우러 왔다는 50대 수강생도 늘고 있다"며 "한 수강생은 웃으며 '아내가 곰국을 끓여도 무섭지 않으려고 간단한 요리라도 배우러 왔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습니다.

남성 수강생들이 몰리기는 인근 요리학원 종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원 지점장은 "퇴근 후 요리강좌를 듣기 위해 오는 남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오는 수강생도 있지만, 상당수는 기초적인 한식요리, 간단한 양식 등을 배우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말과 평일 야간반에 보통 3∼4명의 남성 수강생이 있다고 전한 이 지점장은 "퇴직 이후, 퇴직 전이라도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요리를 배운다는 수강생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젊은 세대의 부모 부양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이같이 훗날 '혼밥(혼자 먹는 밥)'에 대비(?)하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남성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개원을 준비 중인 한 요리학원 관계자 역시 "개원을 앞두고 요즘 수강 신청을 받고 있는데 벌써 남성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온다"며 "'요리하는 남자'가 사회적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에 사는 한 공무원은 "최근 주변에서 퇴직 이후를 대비해 미리 요리를 배우려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도 아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 요리를 배울까 생각 중"이라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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