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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기자들이 보는 T-X…"트럼프 당선, KAI에 유리"

KAI-록히드 마틴의 그린빌 T-50A 최종조립공장 현지 취재기(下)

[취재파일] 美 기자들이 보는 T-X…"트럼프 당선, KAI에 유리"
록히드 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차기 고등훈련기 T-X(새 명칭 APT) 사업을 바라보는 미국 현지의 시각은 어떨까요? T-X 사업은 미 공군과 해군에 고등훈련기 1,000대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38조원입니다. F-X나 KF-X 같은 우리나라의 초대형 무기 사업의 규모가 10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방위산업계에게는 유례가 없는 대형 사업입니다. 첨단 무기기술의 결정체라는 전투기를 전투기의 본고장 미국에 수출한다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의미도 있습니다.

보잉-사브, 노스롭 그루먼-BAE, 레이시온-에어마키 등 세계의 유명 방산기업들이 두루 합종연횡을 하며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제 아무리 세계 최고 방산기업인 록히드 마틴과 KAI가 손을 잡았다고 해도 사업을 따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지 시간 지난 8일 록히드 마틴-KAI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T-X 최종조립공장 미디어 데이 행사에 참석한 미국 기자들은 조심스럽게 록히드 마틴-KAI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특히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의 상황은 록히드 마틴-KAI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트럼프와 록히드 마틴, 그리고 트럼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록히드 마틴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그린빌 T-X 공장
● “트럼프는 그린빌을 좋아해”

록히드 마틴-KAI의 T-50A 최종조립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에게 53%의 표를 줬습니다. ‘그린빌 저널’이라는 지역 신문의 루돌프 벨 기자는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정치적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쇼킹한 사건이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T-X 사업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업지대인 그린빌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 그린빌 백인 노동계층들의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T-X 최종조립공장 미디어 데이에는 20명 가까운 미국 기자들이 왔는데 록히드 마틴 측에 한 질문들 중 T-X 사업의 그린빌 일자리 창출, 경제적 효과와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트럼프는 또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성 주지사 니키 헤일리를 임명했습니다. 미국의 유엔 대사는 장관급이어서 트럼프 정권의 첫 여성 장관의 입각으로 기록됐습니다.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항공기 전문 매체인 '플라이트 글로벌'의 스티브 트림블 기자는 “어느 업체가 이길 지 가늠하기 무척 힘든 사업”이라면서도 “결국엔 가격에서 판가름날텐데 사업 준비가 가장 잘 된 록히드 마틴-KAI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디어 데이에 나온 KAI 관계자는 “경쟁 업체의 가격을 알 수는 없지만 T-50A 가격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빌 T-X 공장
● “트럼프는 보잉을 싫어해”

록히드 마틴-KAI의 최대 경쟁자는 보잉-사브입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 록히드 마틴은 트럼프에게 188만 달러를, 보잉은 클린턴에게 500만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또 일찍이 록히드 마틴은 공화당 쪽이었고 보잉은 민주당 쪽이었습니다. 뜻밖에도 트럼프가 당선됐으니 록히드 마틴은 표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선거 다음 날 방산기업들의 주가가 두루 뛰면서 보잉도 2.03% 올랐지만 록히드 마틴은 5.90% 급등했습니다. 방산기업들 중 최고 상승률입니다.

괴팍한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반(反) 보잉 정서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보잉이 공급하기로 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두고 현지 시간 지난 6일 “새 대통령 전용기가 40억 달러(로 비싸다)”라며 “주문을 취소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습니다. 부적절한 기업 길들이기 발언이지만 한국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만약 후진적인 정치 환경의 한국에서 대선 후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면 록히드 마틴은 100전 100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나라이지만 T-X 사업을 관장하는 미국의 군 고위급들도 보스의 성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앞서 군 지휘부의 진용 자체가 트럼프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사실 록히드 마틴-KAI의 T-50A는 기본 모델인 T-50이 이라크, 필리핀 등 제 3국에 수출된 전력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라크, 필리핀 같은 나라가 미국 공군의 조종사를 양성할 고등훈련기의 원형을 샅샅이 알고 있다니 미국으로서는 언짢은 일입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1년 뒤 T-X 최종 기종 발표가 기대됩니다.    

▶ [취재파일] '대미 전투기 수출' 첫 도전, 美 T-X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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