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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촛불민심이 이끌었다…탄핵소추안 통과 50일 간의 기록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친박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압도적인 찬성이었지만,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수싸움은 치열했고,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권은 자중지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고비마다 중심을 잡은 건 시민이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끈 힘은 촛불민심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직후, 정치권에서 '탄핵'이 처음 거론된 건 10월 21일이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법을 어긴 정도가 현저하면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설문 유출 의혹이 제기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 연설물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이 있다"고 세간의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 이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탄핵을 주장하기 시작했지만, 제1야당 민주당 지도부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탄핵 논의로 확장되는 것을 경계했다. 제2야당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일부 흥분한 국민처럼 탄핵을 요구하고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정치권의 논의는 '대통령 2선 후퇴'에 머물러 있었다.

● '2선 퇴진 거부'…여권의 탄핵 논의 촉발시킨 '100만 촛불'

하지만, 야권의 '2선 후퇴' 주장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로 내정하며 2선으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후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당내 회의에서 "당장 탄핵소추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엔 탄핵 회의론이 팽배했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20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야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도 171표에 불과해 탄핵안 가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시민이 알려줬다. 지난 11월 12일(3차 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00만 촛불이 광장에 집결했다. 반성 없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화들짝 놀란 정치권에선 탄핵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 분노가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새누리당 비박계를 흔들었다. 3차 촛불 집회 다음날인 11월 13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여권에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탄핵'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를 높이게 한 다음 계기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였다. 검찰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며, 이들이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11월 20일과 12월 11일, 2차례 걸쳐 박근혜 대통령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는 정치권에서 들불처럼 퍼졌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8명과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회가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을 탄핵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작성해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 탄핵 흐름에 맞서려던 '대통령의 임기단축 카드'…'즉각 사퇴'와 '탄핵' 외친 232만 촛불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 명이 모인 5차 촛불집회(11월 26일) 이후 새누리당 비주류도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 추진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는 급행열차를 타는 듯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11월 29일)에서 반전을 노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공을 국회로 던진 것이다. 국회는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술책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런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이미 청와대의 반전 카드가 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야3당과 새누리당 비주류 간 공고한 듯 했던 탄핵연대는 와해됐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새누리당 비주류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새누리당 친박계 등에서 요구한 4월 퇴진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으니 탄핵은 필요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12월 1일, '박근혜 대통령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통령선거'를 당론으로 채택한다.

다음날인 12월 2일,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 상당수가 '대통령 4월 퇴진'으로 돌아서면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를 반전 시킨 것 역시 '촛불'이었다.

12월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232만 명이 모였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라던 전주의 기록을 1주일 만에 갱신한 것이었다. 국민의 분노를 확인한 새누리당 비주류는 다시 탄핵대열로 돌아왔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는 6차 촛불집회 다음날인 12월 4일,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시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더라도 조건 없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탄핵안 통과를 막을 명분도 세력도 없어지자, 새누리당은 탄핵안 표결에 당론을 정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이 자유 의사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 찬성 234표…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한 '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

야 3당 등이 공동발의한 '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은 12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다음날인 12월 9일 오후에 이뤄졌다. 결과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 불참 1명이었다.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20여 명도 탄핵안 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 찬성률은 78.2%.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때의 71.2%보다 높은 수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2016년 12월 9일 오후 7시 3분을 기점으로 권한이 정지됐다. 대통령의 예우만 받을 뿐, 정책 결정 등 대통령의 권한은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사실엔 아직 변함이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파면 결정의 권한은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고,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에 따라 앞으로의 모든 상황은 유동적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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