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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내 인생의 마지막 수사" 대통령행 특검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전례 없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응한 유례없는 수준의 매머드급 특검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 특검은 임명 직후 "내 인생의 마지막 수사"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특검이 성공리에 끝내 사법처리 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의 칼날이 아무리 날카롭더라도 현직 대통령의 방어권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역대 12번째 특검…역대 특검 법관 출신 최다
특검은 여러 차례 있엇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특검 이전 11번의 특검이 진행됐다. 특검은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구성되곤 했는데, 실제론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검 역시 휘둘렸던 경우가 많았다. 특검 임명에도 수사 실력이 검증된 법조인보단 정치권에서 선호하는 인물이 임명되곤 했고, 그런 특검의 수사는 몸통을 못 건드리고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특검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다. 이후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11번째 특검인 '내곡동 사저 특검'이 가장 최근의 특검으로 이번 특검은 12번째다. 12명의 특별검사 중 법관 출신은 6명, 검사 출신은 5명, 군법무관 출신은 1명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법관 출신이 많았다. 대부분의 특검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시작한 까닭에 정치권이, 특히 야당이 검사 출신보단 법관 출신을 선호한 결과다.

● 출범은 요란하되 결과는 빈털터리…성공한 특검은 없다?

최근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특검' 외 11차례 특검 중 성공 사례로 평가 받는 건 두 건 정도로 꼽힌다. 우선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이다. 이용호 G&G 대표의 정관계 로비를 수사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처조카와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을 구속 기소했다. 이어 2003년 대북송금 특검도 그나마 성과를 거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한 특검이었다. 특검은 대북송금, 대기업 특혜 대출, 정부 실세들의 직권남용 등을 규명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국민의당 의원) 등 관련자를 구속 기소했다.

반면 나머지 특검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고 "요란만 했지 속 빈 강정이었다"는 혹평을 받곤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땐 이명박 당선인 시절 진행된 'BBK 특검' 이래로 집권 기간 동안 모두 4번의 특검이 이뤄졌지만, 핵심엔 접근하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나마 정권 말에 이뤄진 내곡동사저 특검은 검찰 결론을 뒤집고 청와대 경호처 관련자를 기소했지만, 대통령 일가의 개입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특검이 실패로 끝난 데는 수사 대상이 "살아있는 권력" 즉, 집권세력이라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근거가 빈약한 의혹을 정치권에서 제기해 놓고, 특검을 띄운 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핵심적인 실패 요인은, 특검에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찾는 게 합리적이다. 과거 특검을 역임한 법조인은 "검찰에서 한 번 손을 탄 뒤에 특검이 나서면, 핵심 연루자들은 이미 방어논리로 무장이 돼 있다"며 "압수수색도 검찰 단계에서 이뤄져 있어 추가 증거 확보도 힘들어 검찰 수사보다 진척된 결론을 내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의혹 제기-검찰 수사-특검'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했고, 그 시간 동안 진실이 여러 차례 상황이 오염된 뒤에야 특검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 이번 특검은 다르다? 역대 최대 규모 매머드급 특검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원죄'가 있다. 검찰은 2년 전 정윤회 비선개입 수사 당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체를 왜곡한 전력이 있다. 또 애당초 이번 사건이 배당된 초기 검찰에선 수사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형사부에 배당해 사건 처리를 지연 시키려다 뒤늦게 실체 관계를 밝히겠다며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이 실기한 부분에 대해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특검 출범에 따른 시간 부족으로 수사의 정점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조직 구성원이 명예를 걸고 전심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의 경우, 다른 특검과 달리 검찰 수사가 종료된 뒤가 아닌 검찰 수사가 무르익을 때 시작된 만큼 연속성을 가지고 수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부작침]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 구성

실제로 이번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특검은 출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초 수사를 했던 검찰에서도 "특검 수사 성공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협조할 계획"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상 특검 출범이 임박하면 검찰은 특검 단계에서 검찰의 부실수사가 노출될까 노심초사한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선 "특검 파견 검사는 특검 수사상황을 검찰에 제공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진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기존 특검과의 차이다. 역대 특검 중 가장 많은 파견 검사(20명)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사팀 규모도 특검 본인을 포함해 최대 105명, 수사 기간도 최대 120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던 특검 선정도 과거와 달리 야당이 전권을 가진 끝에 박영수 전 고검장이 임명됐다. 제주 출신의 박영수 특검은 대검 공안기획관,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는 등 공안과 특수를 넘나들었다. 특히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지휘한 경험도 있다.

● 특검 1호 인선 윤석열, 판검사 경력 특검보 4명, 특수 검사 파견 

전폭적 지원 속에 임명된 박영수 특검은 인선을 통해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첫 인사는 '윤석열(56세 연수원23기) 검사'의 영입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당시 외압을 폭로해 좌천을 당했던 윤 검사는 수사팀장으로 특검팀에 합류했다. 검찰 내 대표적 강골검사로 꼽히는 윤 검사는 박영수 특검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권에 대해 악감정으로 수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이 삼고초려 끝에 윤 검사를 합류 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외부에서 뭐라 하던지 현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을 영입함으로써 수사 결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팀장에 이어 자신을 보필할 특검보 4명의 인선 작업도 끝냈다. 특검보로 박충근(60·17기)·이용복(55·18기)·양재식(51·21기)·이규철(52·22기) 변호사 등 4명을 임명했다. 판사 출신인 이규철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박충근 변호사는 검사 시절 강력 사건 경험이 풍부하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이용복 변호사는 2012년 디도스 특검 당시 특검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양재식 변호사는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의 주임 검사로 활동하며 당시 박영수 중수부장과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다. 이규철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고, 조세법에 정통해 향후 공소유지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박영수 특검이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로 있을 때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외에도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양석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한동훈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특검 파견 검사로 결정됐다. 모두 부장검사로 특수 수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앞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 김창진 특수2부 부부장검사를 차출해 특검팀에 합류시켰다. 윤석열 수사팀장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함께 수사한 이복현 춘천지검 검사도 파견 검사로 결정됐다.

박영수 특검 아래 특검보 4명, 수사팀장, 파견 검사 등이 결정되면서 특검팀 구성은 큰 틀에서 마무리됐다. 윤석열 검사는 특검법에 따라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어 특검보가 될 수 없지만, 사실상 특검보와 같은 위치에서 파견 검사를 지휘하며 직접 수사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현직 검사만 20명에 달하는 이번 특검팀은 검사 숫자만 놓고 보면 과거 대검 중수부를 능가하는 규모다. 특검보를 포함하면 보면 단일 검찰청 수준이다.

검찰 내부에선 "박영수 특검이 지연 학연 고려 없이 정예병을 차출해 인적 구성은 역대 특검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박 특검이 속전속결로 수사를 이어나가 조기에 수사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영수 특검호는 과거 특검과 달리 출범부터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수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수사 진행 도중 특검의 칼날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을 방치 또는 조력한 검찰로 향해야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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