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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세뇌된 소년병 출신 전범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잔혹 행위로 악명 높은 우간다 반군의 고위 지도자가 전쟁 범죄와 반인륜 행위로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섰다.

그러나 이 악명 높은 반군 지도자도 어린 시절 반군에 납치돼 소년병으로 길러졌기 때문에 그가 전쟁 범죄의 가해자인지, 아니면 그도 결국 피해자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우간다 반군 '신의 저항군'(LRA)의 최고위 사령관 중 한 명인 도미니크 옹그웬(41)은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자신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LRA가 나는 아니다"며 "LRA는 우간다 북부 지역에서 잔혹 행위를 저질렀고 나도 그 잔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셉 코니가 이끄는 LRA는 1986년 봉기해 아프리카 중부 지역에서 활동하며 10만 명 이상을 살육하고 최소 6만 명의 어린이를 납치해 소년병으로 내몰았으며, 민간인을 성노예를 부리는 등 잔혹 행위로 악명이 높다.

이들이 군림한 20년 동안 170만 명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됐다.

옹그웬 역시 9∼14살 무렵 학교 가는 길에 LRA에 납치돼 처음 손에 총을 들었다.

RLA의 소년병에서 최고위 사령관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옹그웬은 난민 캠프에 머물던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고문 등 70개의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많은 우간다인은 어린 시절 세뇌를 당하고 이후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며 옹그웬에게 동정적이라고 WP는 전했다.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 연구단체인 ICTJ의 사라 카산데 키히카 우간다 사무소장은 "그(옹그웬)가 화해해야 하는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그의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중심으로 그가 매우 악랄했으며 마땅히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의견이 양분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총사령관인 여전히 도주 중인 코니 체포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소규모 특수부대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했으며, 주요 사령관인 옹그웬에게도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중앙아프리카 셀레카 반군에 체포된 옹그웬은 지난해 1월 미군에 넘겨졌고 ICC에 회부됐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그동안 ICC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횡포에는 눈을 감고 아프리카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비판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 왔으며, 감비아와 남아공, 부룬디 등 아프리카 3개국의 ICC 탈퇴 선언을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옹그웬의 재판과 관련해 우간다 정부는 잘 협조하고 있다고 ICC 관계자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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