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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웅 사무총장 "선수협 아니면 최순실 게이트 증인 나갔겠죠"

김선웅 사무총장 "선수협 아니면 최순실 게이트 증인 나갔겠죠"
▲ 김선웅 선수협 신임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정말 우연히 시작한 일인데,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최순실 게이트' 증인으로 청문회 나갔을 거 같습니다."

6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사무실에서 만난 김선웅(45) 사무총장이 5년 전 트위터에서 우연히 본 선수협 법률자문 구인 광고가 인생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면서 꺼낸 말이다.

변호사 출신인 김 사무총장은 금융감독원, 좋은 기업지배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는데, 전문 분야는 재벌과 국민연금 감시였다.

마침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국민연금 로비를 놓고 특위 위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는데, 김 사무총장은 "내 전문 분야였다"면서 웃었다.

OB·해태·삼미까지 3개 구단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야구와 인연을 소개한 김 사무총장은 "2011년 마침 안식년을 받아 쉬고 있을 때인데, 야구도 좋아하고 선수협에도 관심이 있어서 지원했다. 그러다가 2012년 정식으로 사무국장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선수협에서 초상권 계약과 일부 불공정 야구규약 개정, 대리인 제도(에이전트) 등 다양한 실무를 책임졌고, 지난 2일 선수협 정기총회에서 3년 임기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김 사무총장은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FA 보상제도 정비와 부상자 선수 제도 도입"이라며 "야구가 진정한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KBO, 구단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 "FA 취득 연한 줄이고 등급제 도입해야"

선수협과 프리에이전트(FA) 제도는 불가분의 관계다.

프로야구 선수의 1차 목표는 FA 자격 취득인데, KBO에서 9시즌(4년제 대졸 선수는 8시즌)을 뛰어야 얻을 수 있어서 쉽지는 않다.

단순하게 등록 연수를 9년 채웠다고 FA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타자는 정규시즌 3분의 2 이상 출전·투수는 규정이닝 3분의 2 이상 투구, 혹은 1군 등록 기간이 145일을 넘겨야 1시즌으로 인정한다.

김 사무총장은 "1999년 처음 FA 제도가 논의됐을 때 자격 취득까지 10년이다가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끝에 9년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 16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보다 2~3년씩 늦는 데다가, 군대까지 다녀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FA 자격을 얻는 게 어렵다"면서 "구단도 전력보강을 위해 큰돈을 써서 선수를 데려오는데, 그만큼 오래 뛰고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부상 위험도 크다. FA 취득 연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선수협이 부상자 선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FA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부상선수는 1군에서 제외되면 등록일수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부상자 선수 제도가 도입되면 경기나 훈련 중 다친 선수는 등록일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김 사무총장은 "FA 연한을 줄여가는 게 목표지만, 당장 줄이기 힘들다면 최소한 부상 경력은 인정해야 한다. 1군에서 경기하다 다치는 게 선수 책임은 아니다. 미국처럼 아예 부상자명단 제도를 도입하는 게 어렵다면, 일본처럼 한 시즌 최다 60일까지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협의 또 다른 목표는 FA 등급제 도입이다.

현행 규정에서 시장에 나온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보상선수를 줘야 한다.

특급 선수라면 보상선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 수 있지만, 보상선수와 비슷하거나 낮은 가치를 가진 선수라면 FA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김 사무총장은 "연봉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면 간단하다. A급 선수는 지금처럼 보상선수를 유지하고, 그 아래 선수는 2차 2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꾸면 FA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게 받아들여지면 (구단에서 원하는) 계약금 상한제라든지 계약금 분할 문제도 우리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승부조작 재발 시 20억원, 1년 치 초상권 포기한다는 뜻"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첫 프로스포츠 관중 800만 시대를 시작하며 양적 성장을 거뒀지만, 선수의 잇따른 일탈로 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게다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야구선수가 팬 서비스가 부족한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실력 이전에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사무총장 역시 "아직 팬 서비스 측면에서는 프로 의식이 부족한 선수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수협 차원에서 꾸준히 교육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야구가 자생력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팬 서비스가 정말 중요하다. 선수도 변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2차 승부조작 파동이 일어나면서, 프로야구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선수협은 수차례 성명서를 통해 팬에게 사과했고, 8월 8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이날 이후 새로운 승부조작이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면 20억원을 조성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수협이 매년 초상권으로 20~30억원 정도를 받는다. 20억원이라는 금액은 선수에게 충격을 줄 방안을 고민하다가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초상권 수익이 선수협을 지탱하는 기둥이지만, 만약 승부조작이 다시 발생하면 1년 초상권 수익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다.

하지만 그는 "승부조작을 완전히 막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연간 수십조 규모의 불법 스포츠도박을 뿌리 뽑지 못하면, 브로커는 언제든 프로야구 선수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을 거라는 말이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도 이번 승부조작은 경찰 조사결과만 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알아내서 KBO 부정방지센터에 신고하는 게 목적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승부조작을 근절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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