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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가계·기업· 정부…흔들리는 경제 3축

[차茶경제] 가계·기업· 정부…흔들리는 경제 3축
경제 침몰 적신호, 수출 절벽, 저성장 고착, 얼어붙은 내수, 가계부채 뇌관…. 좋게 들리는 말 하나도 없는데 이게 요즘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해주는 말들입니다. 달리 더 센 말이 있으면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게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입니다. 이 경제 상황이라는 건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 결과물이죠. 그러니까 지금의 경제 위기는 가계와 기업, 정부라는 세 경제 주체가 제대로 경제 활동을 못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주체들이 하나같이 정상적으로 걷지 못한 채 절름거리고 있는 겁니다. 경제를 끌어가는 세 가지 축, 가계, 기업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진단을 통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 보겠습니다.

Q. 먼저 가계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경제활동에서 가계의 역할은 소비의 주체인 건데 정작 소비여력이 없어지고 있는 게 문제죠?

A.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소득으로 소비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가계의 경제활동입니다. 소비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게 문제입니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이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0.7%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물가상승률을 따져보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습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올 1분기 0.2% 감소했다가 2분기 0%로 올라섰지만 3분기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심각한 건 우리 경제의 허리가 약해지고 있는 겁니다. 40대 가구주 가구의 소득이 지난 3분기에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첫 마이너스 증가율입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늘었었는데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이 1.63%로 떨어진데 이어서 올 2분기에는 0.2%로 추락했고 3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내려앉았습니다. 40대 가구주는 소득과 소비 규모가 가장 커서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가계 소비 여력의 감소를 뜻하죠.

Q.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이제 소비여력을 갉아먹는 상황이 됐죠?

A. 원래 가계부채는 빌린 돈이더라도 현재의 자산은 증가시켜서 소비를 늘립니다. 돈 빌려서 생활비를 쓰는 게 소비에는 증가 효과를 주는 겁니다. 가계부채가 늘기 시작한 2012년과 2015년 대출 목적을 비교하면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소비 목적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초저금리로 이자까지 싸니까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이 기간에 소득은 별로 안 늘었으니까 줄어든 소비 여력을 부채가 채어왔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계부채가 1천3백조 원을 넘어서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습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름세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소비 증가율에 플러스 효과를 줬던 가계부채가 소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소비 증가율에 끼치는 영향이 올해 하반기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내년에도 0.63%포인트 떨어뜨리게 될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원래 가계부채는 빌린 돈이더라도 현재의 자산은 증가시켜서 소비를 늘립니다. 돈 빌려서 생활비를 쓰는 게 소비에는 증가 효과를 주는 겁니다.
Q.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이죠. 생산 활동의 주체인 기업들도 체질이 허약해졌어요.

A. 기업의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게 제조업 가동률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기준으로 제조업 가동률은 70.3%에 머물렀습니다. 공장 10곳 가운데 3곳은 멈춰서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79.9%)보다 낮았고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8.6%) 이후 18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은 가동률입니다.
업의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게 제조업 가동률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기준으로 제조업 가동률은 70.3%에 머물렀습니다. 공장 10곳 가운데 3곳은 멈춰서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79.9%)보다 낮았고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8.6%) 이후 18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은 가동률입니다.

물건이 안 팔려 있는 공장이 안 돌아가고 있는데 기업들이 새로운 설비투자를 하겠습니까? 설비투자 증감률도 올해 3.8% 감소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는데 2009년(-7.7%) 이후 가장 낮습니다. 생산 부진이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겁니다.

Q. 생산 활동 부진이 이렇게 심각한데 최근에는 최순실게이트까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어요.

A. 우리 경제구조의 문제점 중 하나가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돼 있다는 거죠. 어쨌든 현실인 건데 이 대기업들이 최순실게이트에 휩싸여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 하는 상황이 되니까 기업 활동 전체로도 영향을 받는 겁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올해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사업계획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때죠. 기업 활동의 밑그림이 짜여져야 그에 따른 조직개편, 인사도 할 수 있는데 최순실게이트에 파묻혀 이런 기업 활동이 사실상 멈춰서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 국정과제와 주요 인허가 사업, 기업들의 경영 현안까지 모두 최순실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수사 대상이 돼 있죠. 잇따른 압수수색에 정신이 없을 정도이고 관련 임원들도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 9명도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는데 앞으로도 국정조사와 특검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보다는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는 데에 기업들이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특검이 길게는 4개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이런 경영 공백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Q. 국민들은 어쨌든 정경유착의 한 축으로 기업들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이것도 앞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될 거 같아요.

A. 기업들은 정권 차원에서 요구하는데 거부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주장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대가를 바라고 그랬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의혹의 중심에 삼성그룹이 있죠.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유일하게 최순실 씨 딸 정유라를 개별 지원했는데 지원규모나 방식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겁니다. 검찰의 핵심 수사대상이었고 앞으로도 국정조사, 특검에서 집중 추궁을 당할 겁니다. 검찰 수사를 받던 롯데도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한 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과정이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재벌 기업들도 이런 저런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죠. 특검 수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들이 주장하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 되는 상황이어서 해당 기업들은 기업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공익사업을 하고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는 게  기업 브랜드 가치를 쌓으려는 건데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는 겁니다.

Q. 최순실게이트의 핵심이 국정농단 아닙니까? 결국, 경제주체로서 정부의 역할도 타격을 받고 있는 거죠?

A.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이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또 다른 경제주체인 정부의 역할입니다. 그 역할은 정책을 통해서 나타나고요. 그런데 정부가 이번 최순실게이트로 신뢰를 잃었습니다. 최순실 같은 외부인이 정책을 좌지우지한 거 아니겠습니까? 정책이 신뢰를 잃게 된 거고 신뢰를 잃은 정책은 추진동력이 사라집니다. 경제리더십의 실종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고위 경제 관료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경제 관료들의 자부심에 먹칠했죠. 경제사령탑이라고 하는 부총리 자리도 사실상 공백 상태입니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 간의 ‘한 지붕 두 가족’이 벌써 한 달째입니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발표도 미뤄지고 있고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 사드에 대한 반발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제재 같은 급변하는 대외적 경제여건에 대한 대응은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Q. 경제 3축이 이렇게 다 흔들려버리면 경제위기 탈출을 어떻게 하나? 참 답답한 상황이네요.

A. 경제 3축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래도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은 정부겠죠. 가계와 기업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당장에 회복할 수야 없겠지만 할 일을 하면서 신뢰를 되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을 빨리 구성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Q. 현재의 경제 현실에서 가계와 기업이 경제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하려면 시급한 과제가 뭘까요? 

A. 우선 소비주체로서 가계의 역할을 되살리려면 가계의 소득을 올리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소비 진작책은 가계의 소비여력은 생각하지 않고 민간 소비의 쥐어짜기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지난해부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그랜드 세일, 개별소비세 인하,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왔죠. 이런 소비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기도 했고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봤습니다.

하지만 가계의 소득이 쪼그라들어서 소비여력이 없는데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나 고가의 가전제품 구매를 촉진하는 대책은 결국 땜질식 대책에 그치고 맙니다. 효과가 지속적일 수 없죠. 결국 가계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여력을 키우는 대책이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가계의 소득이 쪼그라들어서 소비여력이 없는데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나 고가의 가전제품 구매를 촉진하는 대책은 결국 땜질식 대책에 그치고 맙니다. 효과가 지속적일 수 없죠. 결국 가계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여력을 키우는 대책이 필요한 겁니다.

Q. 기업이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정경유착의 꼬리를 끊어주는 것도 일정 부분은 정부가 만들어줘야 할 환경 아닌가요?

A. 권력에 기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경영, 전문 경영인들로 구성된 이사회 중심이 아니라 총수 중심의 경영 관행, 이런 것들이 정권에 약한 고리를 기업 스스로 만든 거 아니겠습니까?

꼭 대가를 바라지는 않더라도 권력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이런 약점 때문에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청탁을 들어주고 돈을 건네야 했던 겁니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 주주의 이익과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정상적인 선진화된 지배구조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제도 변화는 결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이 “정부는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 내에서 기업이 경영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을 했죠. 기업이 시장의 신호만 보고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경영환경을 보장해야 지금과 같은 문제가 앞으로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꼭 대가를 바라지는 않더라도 권력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이런 약점 때문에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청탁을 들어주고 돈을 건네야 했던 겁니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 주주의 이익과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정상적인 선진화된 지배구조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제도 변화는 결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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